부상에도 구자욱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채 포스트시즌에 나선 그는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내며 삼성 라이온즈의 12년 만의 정상 탈환을 이끌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하며 오랜 기다림을 마침표로 장식했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를 12대 1로 완파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한 삼성은 2014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을 포함하면 구단 통산 9번째 정상 등극이다.
우승의 중심에는 주장 구자욱이 있었다. 이날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특히 삼성이 선취점을 내준 뒤 추격의 물꼬를 트는 동점 적시타와 역전 득점을 연달아 만들어냈다.
삼성이 0대 1로 뒤진 3회말 2사 1루. 구자욱은 KT 선발 데이비스 대니엘을 상대로 우익수 쪽으로 향하는 적시 2루타를 날렸다.
1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르윈 디아즈의 적시타가 터지자 2루에 있던 구자욱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홈까지 전력으로 내달렸다. 삼성에 2대 1 리드를 안기는 역전 결승 득점이었다.
구자욱은 이번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500(20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5득점, 3볼넷을 기록했다.
기자단 투표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총 97표 가운데 72표를 얻어 득표율 74.2%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2위 박승규가 받은 19표와 비교해도 큰 격차였다. MVP 수상으로 부상인 KIA EV4 차량도 받았다.
구자욱의 활약은 5차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시리즈 첫 경기부터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다.
수원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삼성이 0대 8로 크게 뒤진 7회 추격의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비록 팀은 7대 8로 패했지만, 경기 막판 반격의 계기를 만들었다.
2차전에서도 좌중간과 우전 안타를 기록하며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연장 10회초에는 상대 벤치의 자동 고의볼넷까지 얻어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삼성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3대 2로 승리했다.
대구에서 열린 3차전에서는 더욱 결정적인 한 방을 선보였다. 2대 1로 앞선 2회말 2사 1·2루에서 우익수 쪽으로 뻗어 나가는 2타점 3루타를 때려냈다. 삼성은 5대 1로 승리하며 시리즈 주도권을 잡았다.
4차전에서도 구자욱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1회말 볼넷으로 출루해 대량 득점의 출발점이 됐고, 7회말에는 적시 2루타를 날려 추가점을 보탰다. 이날 성적은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이었다. 삼성은 10대 5로 승리하며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무엇보다 구자욱의 이번 활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부상 투혼 때문이다. 그는 정규시즌 막판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을 다쳤다.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했지만,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부터 지명타자로 타석에 섰다.
부상 여파로 외야 수비에는 나서지 못했고 정상적인 주루도 어려운 상태였다. 그럼에도 한국시리즈 내내 적극적으로 베이스를 향해 달렸다. 5차전 동점 적시타 이후에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2루에서 홈까지 질주해 역전 점수를 만들어냈다. 더그아웃에서는 적극적인 세리머니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구자욱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것은 2015년이다. 당시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1군 무대에 자리 잡았지만, 팀은 두산 베어스에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삼성은 핵심 투수 3명이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었다. 구자욱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267(15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했지만 팀의 준우승을 막지는 못했다. 이후 삼성은 왕조의 영광을 뒤로하고 긴 침체기를 겪었다.
2024년에도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구자욱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도중 무릎 인대를 크게 다쳐 팀이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순간에도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았다.
대구고를 졸업한 구자욱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신인 시절에는 2군에서 첫해를 보냈으며,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국군체육부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구자욱이 1군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2015년은 삼성 왕조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첫해이기도 했다.
그는 이후 팀의 침체기와 재도약 과정을 모두 함께했다. 삼성의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고, 2026년 마침내 한국시리즈 우승과 MVP라는 두 가지 결실을 동시에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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