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대매매 유예, 레버리지 ETF 사태 반복 우려된다

입력 2026-11-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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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기관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는 코스피가 9개월 만에 장중 5,000선이 붕괴되자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비율(140% 이상) 유지 의무를 이달 9일부터 3개월간 면제하겠다고 했다.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자의 강제 청산 부담을 완화하고, 반대매매(反對賣買) 물량이 쏟아져 추가적인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막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반대매매는 주가 하락 때 증권사가 미수·신용융자 등 대출금을 회수해 자산 건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安全裝置)이다. 이를 유예할 경우 속칭 '깡통계좌'가 속출하게 되고, 그 손실을 금융기관들이 떠안게 되면서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반대매매 유예로 부실 매물이 강제로 묶이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한다. 유예 기간이 끝나거나 주가가 반등하지 못할 경우, 밀렸던 주식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매물 폭탄(賣物爆彈)이 발생해 증시에 더 큰 충격을 주게 된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빚 내서 투자해도 정부가 구제해 준다'는 도적적 해이를 조장하고, 대외 신인도 추락 및 외국인 자금 이탈이라는 부작용(副作用)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심했던 2020년 3월과 2022년 7월의 경우는 담보비율을 5~10%포인트 낮추거나 반대매매를 하루이틀 유예하는 등 제한적(制限的) 조치를 자율적으로 시행했을 뿐이다. '담보비율 유지 의무 3개월 면제'라는 정부의 파격적 조치가 '제2의 레버리지 ETF 사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며 6·3 지방선거 직전 전격 도입한 레버리지 ETF는 음(陰)의 복리에 따른 원금 잠식, 주가 변동성 확대 및 구조적 결함, 불완전한 제도 설계 등으로 인해 불과 한 달 반 만에 최대 수십조원에 이르는 투자자 손실을 불러일으키는 대참사를 초래했다. 경제 운용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임시방편적 정책은 더 큰 재난(災難)을 초래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