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국민대 명예교수
검사의 수사권을 없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정부 들어 일곱 번째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그것도 최대 309명의 매머드급에다 준비기간을 포함, 최장 200일간 활동할 수 있는 장기 특검이다. 특검의 수사 대상 사건은 대장동, 쌍방울 대북송금, 성남FC 사건 등과 관련된 수사·기소 의혹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서해 공무원 피격·탈북어민 북송,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을 포함한 12개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관련 사건을 수사할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함으로써 피의자가 특검을 선택·임명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명백한 이해충돌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해 놓고 특검에게는 수사권을 주는 자가당착도 문제다. 검사의 피의사실 공표를 그토록 비난하던 민주당은 특검에게는 수사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공표토록 했다.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에서 공소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면 대통령 관련 사건의 다른 피고들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아우성칠 것이 뻔하다. 공소취소권 배제로 이 문제가 해결되는가. 민주당 내에서조차 위법성 우려가 터져 나오고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이 법을 예산 국회가 본격화되는 11월 초에 급박하게 통과시킨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예산 국회에 쏟아질 국민적 우려와 야당과의 갈등을 피하려는 단기적 목적이 보인다. 전년 대비 12.8% 증가한 약 830조원의 역대 최대 예산안은 약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포함하고 있다. 말이 미래 대응이지, 국회의 통제 없이 대통령이 쌈짓돈처럼 쓸 수 있는 돈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증가한 세수를 목적도 불분명한 별도의 자금으로 꿍친다는 것은 잉여세수 발생 시 국가부채를 갚도록 한 국가재정법 위반이다. 갈등과 비난을 피하는 최선은 야당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해 논란 자체를 막는 것이다.
높았던 대통령 지지율이 꺾이기 시작했고, 구조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판이 정지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지지도가 높을 때 사법리스크를 벗어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을 수 있다. 최근 대통령의 SNS의 사용 증가도 그렇고, '대통령의 Y'라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것도 소통보다 자신이 관련된 사건의 특검이 진행될 때 이런저런 의견을 피력해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 일정을 고려해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4월 재보궐선거로 이어지고 22대 국회의 마지막 연도가 시작된다. 대통령 관련 사건의 특검 수사가 내년 초중반에 시작돼 수사 브리핑이 이어진다면 정국은 온통 야권과 법조계, 시민단체의 비판 일색으로 뒤덮일 것이다. 결국 후년 총선에서 야당에 유리한 정치적 카드를 제공하는 결과가 될 텐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가 끝날 무렵엔 관련 검사들을 조작 기소 혐의로 송치해 사법부로 넘기는 시간표가 더 나을 수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도 고려했을 수 있다. 대법관 임명과 관련해 제청권과 임명권이 충돌한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대법관 정원을 크게 늘렸지만, 적어도 조희대 대법원장의 임기 내에는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이 어려울 것이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 전 탄핵을 고려할 수 있으나 내년 6월 임기가 도래하는데 굳이 탄핵으로 정치적 리스크를 초래할 이유가 있을까. 대법원장 탄핵이 일으킬 국민적 비판과 비난 대신, 조작기소 특검으로 관심을 돌려 대통령이 피해자라는 인식을 키우겠다는 생각이었을 수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민주화 이후 검찰이 오직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만을 조작 기소했을까. 자기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면 많은 비난이 쏟아질 것 같으니 문재인 정부 때의 사건 몇 개를 포함해 물타기 하려는 것은 아닌가. 과거 이명박 대통령 사저 특검 때 자기 사건을 수사할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이해충돌이라며 반대한 민주당이 이번엔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악착같이 확보했다.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엉터리 법을 만든 의원들은 반드시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고, 특검에 필요한 수백억대 국민 혈세에 대한 민사적 책임도 져야 한다. 국민은 민주당의 이율배반과 반민주적 행태를 결코 잊지 말고,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2028년의 총선에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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