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일 차 신화' 덮친 전기차 역설, K-자동차 생태계 방어벽 세워야

입력 2026-11-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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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전기차의 역설(逆說)'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각국 정부의 지원 속 전동화 전환은 가속화하고 있으나, 순수 전기차(BEV) 판매량이 늘수록 제조사의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100년 역사의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BMW는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손익분기점 수준(-0.5~0.5%)으로 낮췄고, 메르세데스-벤츠는 3분기 승용 부문 이익이 반토막 났다. 폴크스바겐그룹은 8조8천억원 규모의 영업손실 속에 2030년까지 10만 명 감원이라는 사상 최대 구조조정(構造調整)에 착수했다. 매출의 35~40%를 차지하던 중국 시장을 현지 브랜드에 내준 데다, 전동화에 박차를 가했음에도 박한 마진과 가격 경쟁에 휘말린 탓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아는 3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75.4% 급증했지만, 중국산 저가 공세에 맞서 점유율을 지키느라 인센티브 비용 6천60억원, 가격 인하 손실 1천210억원을 치렀다. 분기 영업이익의 40%에 육박하는 대가를 치르고서야 안방과 해외 시장을 방어한 셈이다. 고정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중국의 투매 공세가 더해지며 '많이 팔수록 이익이 깎이는' 치킨게임이 현실화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중국산 승용차 기본 관세(關稅)는 8%에 불과해 15~50%의 장벽을 쌓은 중국·EU·태국 등에 비해 무방비 상태다.

100년 역사의 독일 차가 겪고 있는 진통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대세는 바꿀 수 없지만, 무리한 인센티브 경쟁과 점유율 방어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국내 자동차 생태계의 체력을 고갈(枯渴)시킬 뿐이다. 정부와 통상 당국은 관세 및 보조금 체계 정비, 국내 생산세액공제 도입 등 실질적인 방어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산업계도 하이브리드(HEV) 등을 포함한 정교한 다변화와 원가 혁신과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해 산업 펀더멘털을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