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의 대법원장 사퇴 압박, 법관회의 대응 주목한다

입력 2026-11-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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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국회 국정조사 추진에 법원 내부의 반발이 심상찮다. 침묵과 절제를 미덕으로 여겨온 법관들이 사법부 독립 침해(侵害)를 우려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까지 앞당겨 열기로 했다. 법관사회의 위기의식이 커졌다는 의미다.

법원 내부의 반발은 사법부 독립 침해를 외면하고 순응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각성(覺醒)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는 내부망에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인용해 대법관 증원(增員)과 법왜곡죄 신설 등 여권의 사법제도 개편을 비판했다. 조미연 청주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에 대한 압박이 다른 판사들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목소리를 낼 때"라고 했다.

여권의 사법부 압박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破棄還送) 판결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의심을 산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놓고도 여권은 상식과 동떨어진 판단이라며 사법부를 공격했다. 정치적 이해와 다른 판결이 나올 때마다 사법부를 공격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은 우려스럽다.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사법부를 견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별 판결의 옳고 그름을 따져 사법부 수장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국정조사를 활용하는 것은 삼권분립(三權分立)을 흔드는 일이다. 여권이 이런 식으로 사법부를 겁박하면, 법관들이 소신껏 재판할 수 있겠나.

사법부 독립은 특정 대법원장 보호를 위한 특권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가치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2월 7일로 예정됐던 정기회의를 이달 30일로 앞당긴 것은 주목할 만하다. 법관들의 잇따른 문제 제기와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탄핵 압박이 회의 일정 변경을 재촉한 것이다. 법관대표회의는 정파적 이해를 떠나 사법부 독립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법관이 권력의 눈치를 보면, 사법부 독립은 형해화(形骸化)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