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좋은 일자리와 산업단지, 도로와 철도, 대학과 문화시설이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삶을 지키고 도시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반은 '의료'다.
국립경국대학교 의과대학 신설이 확정됐다. 경북 북부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랜 숙원이자 지역의 미래를 바꿀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단순히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을 넘어 새로운 도시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근대 의료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제중원은 의료기관이 한 사회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1884년 갑신정변 당시 부상을 입은 민영익을 미국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알렌이 서양 의술로 치료한 사건은 조선 사회에 근대 의료의 가능성을 각인시켰다.
이를 계기로 조선 정부는 서양식 병원 설립을 추진했고, 1885년 4월 광혜원이 문을 열었다. 이후 제중원으로 이름을 바꾼 이 병원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백성들에게 근대 의료를 제공했다.
국립경국대 의대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 대학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새로운 의료기술을 연구하는 교육·연구기관이어야 한다.
제중원이 우리나라 근대 의료의 출발점이었다면, 국립경국대 의대는 경북 북부 지역 의료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가까운 일본 나가노현의 사쿠중앙병원도 눈여겨볼 사례다. 사쿠 지역은 산간 농촌지역으로, 과거에는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1945년 이 지역에 부임한 의사 와카쓰키 도시카즈는 단순히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주민들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폈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정기적 건강검진과 보건교육을 실시해 농촌 의료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완성했다.
이 사례는 병원이 지역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변화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의료가 들어갈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북 북부 지역에도 이런 의료 체계가 필요하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의료기관과 보건소, 공공의료기관을 연결하고 의료진이 직접 농촌지역을 찾아가는 예방의료 시스템까지 갖춰야 한다.
일본의 또 다른 사례인 이와테현 사와우치촌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지역도 역시 의료 접근성과 주민 건강 문제가 심각했다. 지방정부는 도호쿠대학 등과 협력해 의료진을 확보하고 공공의료 체계를 개선했다.
국립경국대 의대와 대학병원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병원 건립을 하나의 건설사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경북 북부 지역의 의료복지와 생활환경, 산업구조를 함께 바꾸는 지역발전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
역사는 의료가 한 지역의 삶을 바꾸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제중원은 우리나라 근대 의학교육의 출발점이 됐고, 일본 사쿠중앙병원은 농촌 의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의료를 지역사회 발전의 중심에 놓았던 이들의 노력이 오늘날 지역의 변화를 이끌었다.
이제 경북에도 그런 변화의 기회가 찾아왔다. 국립경국대 의대 신설을 경북 북부 지역의 의료 혁신을 넘어 새로운 지역발전의 역사로 만들어야 한다. 우수한 교수진과 의료진 확보, 이들의 정주 여건 개선 등 의과대학의 개교를 기다리는 데 그치지 말고, 그날부터 달라질 경북의 미래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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