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피'에 올라탄 개미, 4개월 만에 반토막…"주식투자자만 모여도…"

입력 2026-11-06 09:40:39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고점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23조원 사들인 개인…하락 초반 열흘에 30조원 집중, 평균 매수가 대비 하이닉스 -58%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본점 스크린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이상 하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본점 스크린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이상 하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연합뉴스

6일 코스피가 개장 3분 만에 서킷브레이커를 맞고 5,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 6월 22일 9,114.55로 사상 최고점을 찍은 지 불과 4개월 반 만에 지수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그 사이 외국인은 팔았고 개인은 샀다. 이 단순한 수급 구도는 이번 폭락의 피해가 누구에게 집중되는지를 그대로 말해준다. '구천피' 꼭대기에서 반도체 두 종목을 받아낸 개인투자자들이다.

◆고점 이후 23조원, 하락 초반 열흘에 30조원

한국거래소 투자자별 거래 자료에 따르면 개인은 코스피 고점 다음 날인 6월 23일부터 10월 28일까지 삼성전자 8조1,790억원, SK하이닉스 14조6,680억원 등 두 종목을 22조8,470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전체로는 88조5,590억원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두 종목을 72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의 상당 부분을 개인이 받아낸 구조다.

손실을 키운 것은 매수 시점이다. 코스피가 9,114.55에서 7,648.09로 내려온 6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단 열흘 동안 개인은 두 종목을 29조7,420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평균 매수가는 삼성전자 32만6,533원, SK하이닉스 262만1,902원이었다. 지수가 꺾이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눌림목'이라 믿고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갔다.

이후에도 매수는 이어졌다. 7월 3~13일 8조300억원, 14~30일 4조730억원. 7월 말까지 누적 순매수는 41조8,450억원으로 불어났다. 코스피가 5,593에서 7,003으로 회복한 7월 31일~10월 2일 개인은 24조9,900억원을 팔아 일부 손실을 줄였지만, 10월 6~14일 재하락기에 다시 7조5,300억원을 사들였다.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파는 패턴은 반복됐고, 매번 평균 매수가는 시장가 위에 머물렀다.

◆6일 시세로 하이닉스 100주에 1억5천만원 손실

이날 삼성전자는 18만원대, SK하이닉스는 110만원대까지 밀렸다. 고점 이후 전체 평균 매수가(삼성전자 26만6,145원, SK하이닉스 187만4,923원)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약 30%, SK하이닉스는 약 41% 아래다. 하락 초반 열흘의 평균 매수가와 비교하면 각각 43%, 58% 손실이다.

6월 말 평균가에 SK하이닉스 100주를 사서 지금까지 들고 있다면 평가손실은 약 1억5,000만원이다. 10월 28일 기준 개인의 두 종목 평가손실은 2조8,210억원으로 추정됐는데, 당시 주가는 삼성전자 24만2,000원, SK하이닉스 148만7,000원이었다. 이날 시세를 대입하면 손실 추정액은 그 두 배를 훌쩍 넘는다. 10월 한 달 동안만 봐도 개인 순매수 상위 5종목은 모두 20% 넘게 떨어졌고, SK스퀘어와 효성중공업은 30% 이상 빠졌다. 개인이 집중적으로 산 종목일수록 지수보다 더 떨어진 셈이다.

◆"200만원, 300만원 간다더니"

개인이 고점에서 물량을 받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증권사 목표주가와 유튜브·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하이닉스 300만원' 전망이다. 외국인이 팔 때 국내 증권사는 매수 의견을 유지했고, 개인은 그 전망을 믿고 외국인 매물을 받았다. 그 결과 외국인의 고점 이후 평균 매도가는 삼성전자 26만4,897원, SK하이닉스 181만556원으로 개인 평균 매수가와 거의 일치한다. 외국인이 판 가격이 곧 개인이 산 가격이었다.

빚을 낸 투자자는 더 혹독하다. 지난달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동안 반대매매는 3,000억원에 육박했고, 하루 낙폭이 8%에 이르는 이날은 그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반대매매는 투자자 의사와 무관한 강제 매도다. 손실을 확정당한 뒤 반등을 봐야 하는 구조다.

◆분노는 시장을 넘어 정치로

개인투자자의 분노는 이제 증권사와 유튜버를 넘어 정부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금융당국은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지만 구체적인 부양책 없이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겠다"는 수준에서 그쳤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신용에 의존한 투자는 위험하다"며 투자자 책임을 강조했다. 3주 뒤 더 큰 폭락이 왔다.

세 아이를 둔 40대 투자자 A씨는 "정부가 밸류업이니 코스피 1만이니 띄울 때는 언제고, 떨어지니 빚투한 네 탓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주식투자자들만 모여도 탄핵 집회가 가능할 정도로 민심이 돌아섰다. 아내가 애들 셋 데리고 집회 나가겠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국내 증시의 급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반대매매에 내몰리고, 손실을 만회하려고 해외 고위험 상품까지 찾는 상황 자체가 우리 자본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낸다"며 "정부가 밸류업을 강조하면서도 외국인 매도 충격을 완화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를 떠나는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35억달러로 전월의 3.5배였다. '국장'에서 잃은 돈을 '미장'에서 만회하려는 자금이다. 개인이 떠나면 외국인 매물을 받아줄 마지막 주체마저 사라진다. 구천피의 꼭대기에서 산 개미들이 사천피 바닥에서 떠나는 순간, 한국 증시는 완충재를 완전히 잃는다.

◆전문가 "투매 동참보다 관망…관건은 외국인 매물 받아줄 국내 수요 기반"

전문가들은 지금 손절에 나서는 것은 손실을 확정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규제의 영향이 2027년보다 2028년 프로젝트에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당장 투매에 동참하기보다 미국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설비투자 계획 변경 여부와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의 2028년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을 확인하며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실제 메모리 수요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AI 투자 증가 속도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실적 전망 악화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향후 반등의 관건은 외국인 수급이 안정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