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금 현물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
실질금리 상승·긴축 우려에 투자심리 위축
시장선 반등 기대와 추가 조정 경계 공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이 최근 6개월간 18% 가까이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44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미국의 통화긴축 장기화 우려와 실질금리 상승이 금값을 짓누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가격 전망을 둘러싼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17만84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4일(21만6530원) 대비 17.58%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니금(100g)도 21만7750원에서 17만8470원으로 18.04% 떨어졌다.
고점 대비 낙폭은 더욱 컸다. 금 1kg 종목은 지난 5월 13일 기록한 22만4530원에서 20.52% 하락했다. 미니금 역시 같은 날 기록한 22만4500원 대비 20.50% 떨어지며 두 종목 모두 고점 대비 20% 넘는 조정을 겪었다.
국제 금값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 5월 4일 트로이온스당 4594.02달러에서 이달 5일 4127.80달러로 10.15% 하락했다. 원화 환산 가격은 같은 기간 1g당 21만6060원에서 17만8110원으로 17.56% 떨어졌다. 달러 기준 국제 금값보다 원화 기준 하락 폭이 7%포인트 이상 크게 나타난 셈이다.
금값 급락의 충격은 관련 ETF 시장으로도 확산됐다. 국내 상장 금 관련 ETF 13종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12종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가 25.48%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고 ▲신한자산운용 'SOL 국제금커버드콜액티브(-19.66%)' ▲삼성자산운용 'KODEX 금액티브(-18.70%)' ▲SOL 국제금(-18.18%) 등이 뒤를 이었다. ACE KRX금현물과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KRX금현물'도 각각 17.88%, 17.64%씩 떨어졌다.
자금 이탈도 두드러졌다. 최근 6개월간 금 관련 ETF 12종에서 총 4412억원이 순유출됐다. ACE KRX금현물에서 1387억원이 빠져나가며 유출 규모가 가장 컸고 TIGER KRX금현물(-749억원), KODEX 금액티브(-571억원), KODEX 골드선물(H)(-45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3개월 동안에는 저가 매수 움직임도 감지됐다. ACE KRX금현물에 807억원이 순유입됐으며 TIGER KRX금현물과 SOL 국제금에도 각각 129억원, 122억원이 들어왔다. 6개월 전체로는 자금 이탈이 우세했지만, 금값 조정을 매수 기회로 판단하는 투자 수요도 일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미국의 통화긴축 장기화 우려와 실질금리 상승이 지목된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만큼 실질금리가 높아질수록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미국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실질금리는 지난 4월 말 1.94%에서 9월 말 2.93%로 0.99%포인트 상승했다. 이후 11월 4일 2.64%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상반기보다 높은 수준이다.
원화 강세도 국내 금값 하락 폭을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6개월간 하락세를 보였으며 지난 5일에는 1340.72원을 기록했다. 국제 금값이 달러로 표시되는 만큼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국내 투자자가 체감하는 금 가격의 하락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LS증권은 금값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전망 상향과 장기 실질금리 상승을 꼽았다. 특히 주식시장 약세와 금값 하락이 동시에 나타난 점에 주목하며 위험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유동성 압박이 금 매도세까지 확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최근에는 반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 2일 온스당 3908.41달러에서 5일 4127.80달러로 5.61% 상승했다. 외신에 따르면 달러 약세와 미 국채금리 하락이 금값 반등을 뒷받침한 가운데 시장은 미국의 고용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금리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전망을 놓고 시각이 엇갈린다. KB증권은 금값이 내년 하반기 온스당 5000달러를 회복하고 연말에는 55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투자 수요가 장기적인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LS증권 역시 최근 금값 하락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10월부터 미국 장기 실질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됐으나 금 가격 하락은 지속되며 금의 저평가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다는 가정 아래 올해 11~12월을 금 저가 매입에 유리한 시기로 평가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금값의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2027년 금 가격이 연평균 온스당 41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분기별 평균 가격은 1·2분기 4200달러에서 3분기 4000달러, 4분기 3800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과 함께 내년에는 금광의 공급 주기까지 맞물린다는 점에서 상단이 제한적"이라며 "반등을 시도하겠지만 전고점 근접 시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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