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명의인데 어때서"…3교대 근무로 돈모아 산 집, 팔아버린 엄마

입력 2026-11-04 21:36:45 수정 2026-11-04 21: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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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건반장'에 소개된 사연…"부모화된 자녀" 진단도

JTBC 사건반장
JTBC 사건반장

대학 진학까지 포기하고 공장에서 3교대 근무를 하며 모은 돈으로 마련한 아파트가 어느 날 자신의 동의도 없이 사라졌다. 어머니 명의로 집을 사준 40대 여성이 뒤늦게 매각 사실을 알게 된 사연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3일 JTBC '사건반장'에는 40대 여성 A씨의 이같은 사연이 소개됐다. 부모의 이혼 이후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생활한 A씨는 집안 형편을 고려해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학업 성적이 좋았지만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3교대 근무를 하며 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자금으로 A씨는 어머니 명의의 아파트를 마련했다. 자신의 돈으로 집을 장만했지만 소유권은 어머니 앞으로 해뒀다.

문제는 어머니가 이웃 남성과 가까워지면서 시작됐다. 어머니는 옆집에 사는 남성에게 돈을 맡기면 불려주겠다며 A씨에게 월급 일부를 건네라고 권유했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어머니는 자신이 대신 돈을 관리하겠다고 했다. A씨는 어머니를 믿고 월급의 절반가량을 맡겼다.

그러나 몇 달 뒤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어머니는 이미 투자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해당 남성에게 돈을 맡겼지만 손실이 발생했다는 설명이었다.

A씨는 이후 집에서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어느 날 귀가해 안방 문을 열었더니 어머니와 그 남성이 함께 잠들어 있었다. A씨는 당시 상황을 "안방을 열었더니 그 아저씨랑 엄마랑 같이 주무시고 계셨다"고 회상했다.

어머니는 외로웠고 해당 남성이 자신을 잘 챙겨줬다며 용서를 구했다. A씨는 어머니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지만, 남성이 계속 집을 드나들자 더는 함께 지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집을 나와 인근 오피스텔로 거처를 옮겼다.

얼마 뒤 어머니의 집을 다시 찾은 A씨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 집 안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이 해당 주택을 자신의 집이라고 말한 것이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A씨는 남동생을 통해 어머니가 아파트를 이미 매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집을 마련하는 데 들어간 돈은 A씨가 공장에서 일하며 모은 자금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매각 과정에서 딸에게 별다른 설명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A씨가 항의하자 어머니는 "내 명의로 된 집을 판 게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딸을 탓했다. 결국 두 사람은 연락을 끊었다.

A씨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우울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현재의 갈등뿐 아니라 앞으로 어머니의 생활비나 빚까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는 심정도 밝혔다.

방송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어머니의 채무가 향후 상속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A씨에게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제도를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부분은 통상 사망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통해 상속 포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됐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거나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안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제도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법적 효과가 다른 절차다.

박상희 교수는 A씨가 '부모화된 자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부모화된 자녀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맡아야 할 역할이나 책임을 대신 짊어지는 아이를 말한다. A씨가 어린 시절부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어머니 명의의 집까지 마련한 상황을 두고 한 설명이다.

아파트 매각과 관련한 법적 문제도 남아 있다. 해당 주택은 어머니 명의로 등기돼 있어 원칙적으로 소유권과 처분 권한은 등기상 소유자인 어머니에게 있다. A씨가 실제 매수 자금을 부담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아파트 소유권을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A씨가 매수 자금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 경우 실제 자금 부담 내역과 어머니에게 돈을 지급한 경위 등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