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인천공항 일평균 출입국 22만여 명 모바일 신고 땐 과세통관 10분에서 3분으로
같은 가방인데 세금이 갈린다. 자진신고하면 관세의 30%를 깎아 주고, 숨겼다 걸리면 세액의 40%를 더 문다. 가르는 건 물건 값이 아니라 신고 버튼을 눌렀느냐다.
추석 연휴 해외여행객이 몰리면서 귀국길 통관과 남은 외화 처분이 한꺼번에 문제가 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중고거래 앱으로 홍콩달러 7만달러를 팔았다가 보이스피싱 3자 사기에 휘말린 판매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1290만원 예금채권을 돌려 달라는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관 문턱은 스마트폰으로 1초 만에 넘지만, 지갑에 남은 외화는 계좌 전체를 묶는 뇌관이 된다.
◆ 800달러·술 2병·담배 200개비·향수 100ml
여행자 휴대품 기본 면세 한도는 1인당 미화 800달러다. 관세법 시행규칙에 적힌 금액으로, 가족이라도 합산하지 않고 1인 기준으로 따진다.
주류·담배·향수는 이 800달러와 따로 계산한다. 관세청 여행자 휴대품 통관 고시를 보면 술은 2병까지, 합산 2L·400달러 이하여야 면세된다. 담배는 궐련 200개비, 향수는 100ml까지다. 향수 한도는 종전 60ml에서 100ml로 늘었다. 술과 담배는 만 19세 미만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
현금도 신고 대상이다. 원화·외화·수표를 합쳐 미화 1만달러를 넘겨 들여올 때는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 자진신고 30% 감면, 미신고 적발은 40%
한도를 넘겼다면 숨기지 않는 쪽이 싸다. 관세법 제96조에 따라 자진신고하면 관세의 30%를 최대 20만원까지 깎아 준다.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반대가 된다. 관세법 제241조에 따라 납부세액의 40%가 가산세로 붙고, 2년 안에 두 번 이상 걸리면 60%로 올라간다. 800달러를 조금 넘긴 물건 하나로 세금이 1.4배가 되는 셈이다.
◆ 과세통관 10분에서 3분으로
모바일 세관신고로 통관 자체는 짧아졌다. 여행자 세관신고 앱이나 웹에 미리 입력한 뒤 전용 게이트에서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심사대를 그대로 지난다.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모바일 납부로 이어진다.
관세청의 휴대품 신고의무 폐지 성과 자료를 보면 입국자 3천339만명이 종이 신고서를 쓰지 않고 들어왔다. 비중으로는 98.8%다. 과세 통관에 걸리던 시간은 10분에서 3분으로 줄었고, 신고서 제작 예산 3억7천만원을 아꼈다. 전자심사대 구축에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2대에 10억7천800만원이 들었다. 지방공항 19대에 8억9천300만원 등 모두 25억1천만원이 투입됐다.
이용객은 올해 더 늘어난다. 한국공항공사의 추석 연휴 특별교통대책을 보면 인천공항을 뺀 전국 13개 공항의 국제선 일평균 이용객은 7만5천633명으로 예측됐다. 지난해보다 11.8% 많다.
◆ 남은 외화 직거래, 계좌가 통째로 묶인다
문제는 돌아온 뒤다. 은행에서 다시 바꾸면 1.5~2%가량 수수료가 빠지다 보니, 중고거래 앱에 남은 외화를 올리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개인 간 외화 직거래를 빙자한 자금세탁 소비자경보를 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 돈을 판매자 계좌로 직접 보내게 하는 3자 사기에 걸리면 사기이용계좌로 지정된다. 그러면 통상 2~3개월간 전 계좌의 비대면 금융거래가 멈춘다. 지정이 유지되면 최장 3년간 계좌 개설 등이 제한된다.
세종시의 한 이용자는 여행 후 남은 43만엔을 중고거래 앱에 올렸다가 낭패를 봤다. 두 사람 명의로 402만원을 나눠 받고 엔화를 넘긴 뒤 닷새 만에 전 금융거래가 정지됐다.
◆ 5000달러까지 합법이지만, 반복하면 무등록 환전업
외국환거래규정상 국내 거주자 간 매매차익 목적이 없는 외화 거래는 건당 5천달러까지 신고가 면제된다. 당근은 자체 가이드라인으로 1천달러를 넘는 외화 거래를 금지한다.
합법 구간이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거래 빈도와 환율에 따라 시세차익 목적으로 판단되면 무등록 환전업으로 몰린다. 외국환거래법 제27조의2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3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앞선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거래에 앞서 당근마켓 내부 메신저에는 위와 같은 주의 사항이 안내되기도 하였음에도, 원고는 성명불상자에게 계좌번호를 사전에 공유하였을 뿐 아니라 구매자와 대면하여 보는 앞에서 직접 이체하도록 요구하지 않고, 입금자와 거래 상대방의 명의가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계좌번호를 미리 알려 주고 입금자 명의를 확인하지 않은 점이 중과실로 인정됐다.
지난해 7월 한 금융 전문가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개인 간의 외화 거래를 노리고 범죄 자금을 세탁하려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