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가 돌아왔다…1.5조 순매수, 반도체 '집중 베팅'

입력 2026-09-21 10: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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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7.1% 상승…SOXL에만 6300억 몰려
美 주식 보관액 두 달 새 10%↑…개인 투자 규모 빠르게 확대
운용사도 AI·반도체 상품 잇달아 출시…국내형과 격차 좁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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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미국 주식을 순매도하던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다시 매수에 나섰다. 지난주에만 1조5000억 원 넘는 순매수에 나서면서 이달 누적으로도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특히 반도체 관련 상품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미국 증시를 향한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증시에서 9억8789만 달러(약 1조3670억 원)를 순매수했다. 매수액은 104억6176만 달러, 매도액은 94억7387만 달러로 집계됐다.

서학개미의 매매 방향이 바뀐 것은 지난주부터다. 이달 1~11일에는 1억3101만 달러(약 1812억 원)를 순매도했지만, 14~18일에는 11억1889만 달러(약 1조5481억 원)를 순매수했다. 일주일 만에 대규모 매수 우위로 돌아선 셈이다.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의 엇갈린 흐름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미국으로 돌린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코스피는 3% 이상 하락한 반면 나스닥100지수는 1.3% 상승했다. 특히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같은 기간 7.1% 뛰면서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돌아온 서학개미가 가장 강하게 베팅한 곳도 반도체였다. 국내 투자자들은 14~18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SOXL'을 4억5677만 달러(약 6323억 원) 순매수했다. SOXL 한 종목의 순매수액만 같은 기간 순매수 2~10위 종목의 합계(4억2143만 달러)를 웃돌았다.

개별 종목에서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엔비디아는 4555만 달러, 마이크론은 3621만 달러, 아이온큐는 2699만 달러, 샌디스크는 2645만 달러, TSMC는 2397만 달러 순매수를 기록했다. AI 투자 속도가 조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완화되고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관련 종목에 투자 수요가 몰렸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도 최근 두 달 사이 빠르게 확대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899억 달러로, 7월 말 1715억 달러보다 10.7% 증가했다. 코스피가 좀처럼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내 주식시장보다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증시로 향하는 투자 흐름은 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증시가 최근 3개월째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국내 운용사들도 해외 투자 상품을 확대하며 미국 시장을 겨냥한 투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7월 이후 지난 18일까지 새로 상장된 ETF 37개 가운데 해외형 ETF는 15개로 40.5%를 차지했다. 상반기에는 신규 ETF 99개 가운데 해외형이 27개로 27.2%에 그쳤지만, 하반기 들어 13%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ETF에서 미국 AI·반도체 등 미국 관련 자산을 겨냥한 상품이 잇따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앞서 지난 8일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미국 단기국채에 절반씩 투자하는 'TIGER 미국S&P500미국채혼합50 ETF'를 선보였다. 삼성자산운용도 미국 AI 메모리·데이터 저장장치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KODEX 미국AI메모리 TOP2 플러스' ETF를 출시했다.

이밖에 KB자산운용은 글로벌 낸드(NAND) 메모리 밸류체인 기업에 투자하는 'RISE 글로벌AI낸드메모리반도체 ETF'를, NH아문디자산운용은 미국 에이전틱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미국에이전틱AI TOP2+ ETF'를 선보였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가 6월 말부터 조정을 받기 시작해 3개월째 6000선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운용사들도 다시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미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해외형 ETF의 순자산은 늘어나는 반면 국내형 ETF는 코스피 조정 영향으로 순자산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운용사들이 해외형 상품을 확대하는 흐름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상장 ETF 가운데 순자산 규모 1위는 국내형인 KODEX 200, 2위는 해외형인 TIGER 미국S&P500이다.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두 ETF의 순자산은 각각 28조8248억 원과 20조332억 원으로 8조 원 넘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지난 17일 기준 KODEX 200의 순자산은 24조6483억 원으로 14.4% 감소한 반면, TIGER 미국S&P500은 20조5459억 원으로 2.5% 증가했다. 이에 따라 두 ETF의 순자산 격차는 4조1000억 원 수준까지 좁혀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해외형 ETF의 상당수가 AI와 반도체 등 글로벌 성장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운용사들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테마 상품을 통해 투자 수요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