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국민들조차 '나라가 이상하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쏟아지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공황장애가 오는 듯하다'고 말한다.
국민들은 요즘 경험하지 않아야 할 정치적 격랑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하루 만에 사상 초유의 사태를 잇따라 겪어야 했다. 그동안 한 번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정치적 사건을 경험해야 했다.
대법원은 항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 선거법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9일 만에 '유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했다. 사상 초유·속전속결, 전례가 없던 이례적 판결이었다. 정치권도 국민들도 혼란에 휩싸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요체인 '설득'과 '숙고'에 필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대법관들은 충분한 시간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들의 사법적 신뢰보다 깊숙한 정치적 개입을 선택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또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국정 공백 우려 속에서도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묵혀 두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안 표결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최 경제부총리 탄핵안 표결과 함께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안도 상정했다. 사상 초유의 32번째 탄핵 시도였다.
이날 최 부총리가 표결 전 사퇴하면서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체제가 현실화됐다. 이 부총리는 32일간의 '대대대행'으로서 미국발 관세전쟁 대응과 대통령 선거 등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한다.
오늘로 21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꼭 29일이 남았다. 후보자 등록일이 불과 6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치의 시계는 아직도 안갯속이다.
민주당은 경선을 통해 89.77%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재명 전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대법원 파기 환송 판결과 상관없이 이 후보의 대선 완주를 통해 압도적 당선을 장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예선과 준결승을 거쳐 지난 3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장관을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출마를 선언한 한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 재창출에 나선다는 각오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한덕수 대망론' '후보 단일화 협상' 등을 공공연히 말해 당내 경선을 마이너리그로 전락시켰다. 어떤 학자는 국민의힘이 실패한 '다방 보수당'의 전철을 다시 밟는다는 비난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정상의 나라라면 지금은 '선거의 시간'이라야 한다. 정당마다, 후보마다 미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매일매일 현장에 맞는 정책과 공약들이 발표되고, 국민과 언론들이 이를 검증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은 그야말로 '국민 선택'의 시간이다. 대선은 미래를 평가하는 정치의 시간이다. 누가, 어떤 정당이 미래 우리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 것인지를 판단하는 시간이다.
지금의 양당은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내놓기보다 상대 진영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부추겨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번 21대 대선도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받도록 강요받게 된다.
최근의 정치적, 사회적 양극화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사상 초유의 최악 상황이다. 정치권은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을 갈라치기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현명하고,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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