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큐3일 10년 전 '안동역 약속' 지키려 모였는데… 갑작스러운 폭발물 신고에 긴장

입력 2025-08-15 08:20:39 수정 2025-08-15 09:32:02

'다큐 3일' 재회 촬영 중 혼란… 경찰, 역사 통제하고 시민 대피 조치

당시 다큐3일 방송화면 캡쳐.
당시 다큐3일 방송화면 캡쳐.

10년 전 안동역에서 건넨 한마디가 전한 진심이 다시 사람들의 발길을 모았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간직돼온 약속을 확인하려던 현장에 돌연 폭발물 신고가 접수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15일 오전, KBS 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 특별판 촬영을 위해 경북 안동역에 수백 명이 모였다. 이날은 2015년 방송된 '다큐 3일'의 한 장면 속 대학생들이 제작진과 나눴던 10년 후 재회의 약속이 이뤄지는 날로, 그 시간을 함께 기억하려는 시민들이 몰려든 상황이었다.

문제는 오전 7시 51분, 안동역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즉시 현장에 배치돼 인근에 있던 시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역사 내부를 봉쇄한 채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한때 약속의 장소로 가슴 뛰던 공간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고, 갑작스러운 소동에 현장을 찾은 이들은 혼란을 감추지 못했다.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은 폭발물 탐지견과 특수 장비를 투입해 역사 안팎을 샅샅이 수색했으며, 인근 지역 상가와 버스터미널 등도 일시 통제 조치가 내려졌다. 현장에서 특별한 물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허위 신고 가능성을 포함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날 안동역 주변에는 '다큐 3일'의 팬들뿐 아니라, 과거 방송에 등장했던 대학생들과 제작진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2025년 8월 15일 여기서 만나요"라는 약속을 기억한 시청자들은 SNS를 통해 해당 장면을 공유하며 함께 그 시간을 지켜보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한편, '다큐 3일' 측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지난 8일 특별판 방송 계획을 알렸다. 공개된 포스터에는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릅니다', '무작정 그곳에 가기로 했습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고, '어바웃 타임 – 10년 전으로의 여행 72시간'이라는 제목이 덧붙여져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방송에서 대학생 안혜연 씨는 VJ와의 인터뷰에서 "10년 후 쯤 똑같은 코스를 돌면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친구한테 아직 말 안 했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친구 역시 "10년 후에 다큐멘터리 또 찍으세요"라고 말했고, 이를 들은 VJ는 "그때도 이 일을 하고 있을까요"라며 웃었다. 곧이어 세 사람은 "2025년 8월 15일 여기서 만나요"라고 손가락을 걸며 약속했고, 방송은 그 장면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약속의 날이 다가오자 해당 영상은 다시 온라인상에서 회자됐다. "10년 뒤 그들은 정말 만날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시청자들은 자발적으로 안동역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현장에는 방송 당시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인물들의 행방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고, 제작진 역시 모습을 드러내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하지만 폭발물 신고로 인해 현장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경찰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역사 주변 통제를 강화하고, 역사 출입을 전면 차단했다. 이로 인해 대기 중이던 일부 시민은 아쉬움을 안은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소방당국과 철도공사 측도 협조해 역사 내 방송을 통해 상황을 알리고, 대피 안내를 반복했다. 당시 역사 안에 있던 시민들은 안내 방송에 따라 질서 있게 외부로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허위 신고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신자 추적에 나선 상태다. 폭발물 협박과 관련한 경범죄처벌법 및 형법 위반 여부에 따라 수사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다큐 3일' 제작진은 별도 공지를 통해 특별판 방송 일정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을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안동역 인근에서는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인근 CCTV 분석과 신고 전화의 통신 내역 추적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한 시민은 "10년을 기다려 이곳에 왔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몰랐다"며 아쉬움을 표했고, 또 다른 방문객은 "그때 방송을 보고 정말 인상 깊었는데, 오늘은 많은 사람들의 진심이 모인 날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시는 경찰과 협력해 이날 조기 귀가 조치를 취한 시민들을 위해 안내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고, 현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