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커틴대 주도 국제 연구진, 브라질 수각류 공룡 다리뼈서 헴 분자·적혈구 구조 확인
1억1500만 년 전 공룡의 뼈 속에서 혈액 성분의 화학적 흔적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호주 커틴대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브라질 북동부에서 발굴된 수각류 공룡 아라타사우루스 무세우나시오날리(Aratasaurus museunacionali)의 다리뼈에서 광물화된 적혈구와 헴(heme) 생체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6년 11월 17일자(123권 46호)에 실렸다.
기존 연구들도 화석에서 적혈구와 비슷한 구조를 보고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헤모글로빈 유래 분자가 세포 안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화학적 증거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헴은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핵심 성분으로, 적혈구가 산소를 실어 나르는 데 직접 관여하는 분자다.
뼈 안쪽 혈관 통로(vascular canal) 곳곳에서 수많은 적혈구가 보존된 채 발견됐다. 연구진은 적혈구와 함께 뼈와 결합 조직의 구조 단백질인 콜라겐의 아미노산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두 가지 성분이 함께 검출됐다는 점이 이번 발견의 화학적 신뢰도를 높이는 근거가 됐다.
보존의 열쇠는 하우스만나이트(hausmannite)라는 광물이었다. 적혈구는 이 망간 산화 광물과 함께 광물화됐으며, 하우스만나이트가 세포 구조와 콜라겐 아미노산을 포함한 생체분자 성분을 장구한 지질 시간 동안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사실상 이 광물이 1억 년이 넘는 시간을 버텨낸 자연 타임캡슐 구실을 한 셈이다.
매몰 환경도 결정적이었다. 연구진은 이 공룡이 죽은 직후 산소가 희박하고 미생물이 풍부한 환경에 빠르게 묻힌 것이 탁월한 보존 상태를 만든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라면 분해돼 사라졌을 생체 물질이 이 두 조건이 맞물리면서 살아남은 것으로 연구진은 판단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커틴대 지구행성과학부,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브라질 국립박물관, 카리리지역대, 존스홉킨스대 소속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연구는 2021년 호주연구위원회(ARC) 로리에이트 펠로십을 통해 지원받았다.
연구를 이끈 커틴대 교수는 "1억1500만 년 된 적혈구에서 온전한 헴 유래 분자를 검출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진정한 이정표적 발견"이라며 "혈액의 화석 기록을 연장할 뿐 아니라 오래전 멸종한 동물의 생리를 분자 수준에서 들여다볼 창을 열어준다"고 밝혔다. 교수는 커틴대 WA-유기지구화학·동위원소 지구화학 센터 창립 소장이자 ARC 로리에이트 펠로다.
교수는 이 발견이 고생물학의 방향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도 했다. "헤모글로빈 같은 생체분자가 심원한 시간을 넘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오랜 가정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혈액의 진화, 대사, 고대 동물의 활동 수준을 분자 수준에서 연구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커틴대 지구행성과학부장 마틴 반 크라넨동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관과 대륙, 과학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이 고대 생명체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다만 학계 안에서 이견도 나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명예교수 메리 슈바이처는 적혈구 데이터가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진 스스로도 이번 발견이 온전한 혈액이나 헤모글로빈 단백질이 1억 년 넘게 살아남았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번 발견의 파장은 공룡 연구에 그치지 않는다. 생체분자 혹은 그 화학적 신호가 적절한 조건 아래 1억 년 이상 보존될 수 있다면, 지구 밖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는 방식과 장소를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뼈만으로는 재구성하기 어려웠던 대사와 생리 특성까지 분자 수준에서 규명할 가능성도 열렸다.
이 논문은 2026년 4월 23일 투고돼 9월 25일 수락됐으며, 11월 2일 온라인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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