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족 무덤 머리카락서 THC 검출…2800년 전 대마초 환각 첫 증거

입력 2026-11-07 10: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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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독일 연구팀, 시베리아 스키타이 왕족 무덤 '툰눅 1'서 씨앗·머리카락 동시 분석

스위스 베른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2800년 전 시베리아 왕족 무덤 인골의 머리카락에서 대마초 성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AI 생성 이미지)
스위스 베른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2800년 전 시베리아 왕족 무덤 인골의 머리카락에서 대마초 성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AI 생성 이미지)

사람 머리카락에서 대마초 성분이 검출된 가장 오래된 사례가 2800년 전 시베리아 왕족 무덤에서 확인됐다.

스위스 베른대의 지노 카스파리 연구원이 이끄는 독일·러시아·스웨덴·스위스 국제 공동 연구팀은 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Science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곳은 러시아 투바공화국 우유크 계곡에 있는 '투누그 1' 고분이다.

무덤 중앙 목조 매장 시설과 주변에서는 온전한 씨앗 965개와 부서진 씨앗 516개 등 대마초 씨앗 총 1481개가 나왔다. 씨앗 평균 길이는 2.62㎜로 야생 대마초의 형태에 가까웠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씨앗 6개를 포함한 연대 측정에서 기원전 8세기 초, 즉 약 2800년 전에 매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적 단서는 무덤에서 함께 수습한 사람 머리카락이었다. 고해상도 질량분석으로 분석하자 대마의 향정신성 성분인 THC가 공기에 노출돼 변하면서 생기는 칸나비놀(CBN) 신호가 뚜렷하게 나왔고 분자량도 동일하게 확인됐다. THC 자체와 일치하는 약한 신호도 함께 검출됐다.

씨앗은 기름과 섬유를 얻으려는 용도로도 쓰여 씨앗만으로는 환각 목적의 사용을 단정하기 어렵다. 씨앗과 인체 조직이 같은 무덤에서 함께 남은 것은 매우 드문 경우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증거를 결합해 고대인이 대마초를 환각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머리카락과 대마초 씨앗의 분자 흔적이 같은 무덤에서 나왔으며, 이는 대마초가 향정신성 효과를 위해 사용됐음을 시사한다"고 한 연구원은 밝혔다.

무덤에서는 통나무 관이 든 목조 구조물 네 개와 그 위에서 말 뼈도 발견됐다. 스키타이의 장례 전통에 따라 말과 사람을 함께 제물로 바친 흔적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대마 사용을 장례 의식의 일부로 보며, 샤머니즘 신앙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신공양이 함께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점을 들어 의식에 포함될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데 대마가 쓰였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대마초 향정신성 사용의 직접 고고학적 증거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스키타이 유목민이 대마 씨앗을 태워 나오는 연기를 들이마신다고 기록했고, 기원전 500년경 중국 고분에서도 사용 흔적이 보고됐다. 이번에 확인된 증거는 이보다 약 300년 앞선다.

연구팀은 꽃과 잎, 수지 등 대마초 주요 부위는 잘 부패해 유적에 남기 어렵다며, 중앙아시아의 다른 유적에서도 약 2500년 전 대마초 사용을 시사하는 흔적이 나왔지만 식물과 인체의 화학적 흔적을 함께 확인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으로는 대마초를 흡입했는지 섭취했는지, 또 어느 정도 양을 사용했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다만 씨앗의 보존 상태가 양호해 연구팀은 DNA 염기서열 분석을 시작했으며, 한 연구원은 이를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대마초 DNA로 설명했다. 이 분석은 대마초의 작물화와 확산 역사를 밝히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