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넘어 '사람과 지역' 잇는다… 봉화군, 쉼 없는 '학습도시' 대전환

입력 2026-11-08 15: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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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한민국 평생학습도시 지정 후 체계 구축
학습자 1천여 명서 3천600여 명으로 급격한 증가
산림·자연 활용 '힐링 캠핑'부터 조리기능사 등 현장 맞춤형 직업교육
찾아가는 배달강좌로 지리적 한계 극복…성인문해·키오스크 교육 호응

경북 봉화군이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디지털 문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경북 봉화군이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디지털 문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마을 간 거리가 멀고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경북 봉화군에서 평생학습은 주민들에게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인구 3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산간 소도시지만 배움을 향한 열정만큼은 뜨겁다. 누군가에게는 집 가까운 곳에서 처음 한글을 깨우치는 기쁨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해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는 발판이 된다.

봉화군의 평생학습이 '배움이 사람과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며 군정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2023년 교육부 '대한민국 신규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봉화군은 전담 부서 신설과 전문 인력 배치, 군의회의 평생학습도시 조성 지원 결의문 채택 및 군민 릴레이 서명운동 등 지역 사회 전체가 합심해 기반을 다졌다.

2022년 62개였던 교육 프로그램은 2023년 91개, 2024년 75개를 거쳐 지난해 122개로 대폭 확대됐다. 학습자 수 역시 2022년 1천18명에서 지난해 3천608명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군은 단순한 숫자 증가에 만족하지 않고 지역의 자연과 사람, 생활권과 공동체 자체를 거대한 배움터로 탈바꿈시키는 '봉화형 평생학습' 실험을 다각도로 전개 중이다.

봉화군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중장비 운전 실습을 하고 있다. 봉화군은 주민들의 취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국가기술자격증 취득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봉화군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중장비 운전 실습을 하고 있다. 봉화군은 주민들의 취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국가기술자격증 취득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 자연·일자리 직결 '봉화형 평생학습'

봉화군 평생학습 정책은 ▷봉화형 ▷누구나 ▷따뜻한 ▷성장하는 ▷탄탄한 평생학습 등 5대 전략 축으로 펼쳐진다. 중심에는 '봉화 군민에게 진정 필요한 배움은 무엇인가'라는 명제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봉화의 배움터는 정형화된 강의실을 벗어나고 있다. 지난 9월 5일부터 1박 2일간 봉화의 숲속에서 열린 '평생학습 힐링 캠핑'이 대표적이다. 참가자 67명은 자연 속에서 북토크, 지역 예술가 콘서트, 아침 명상, 평생학습 체험 등을 함께하며 자연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교실로 경험했다.

주민들의 직업 역량을 높여 자립 기반을 다지는 실용 교육도 강화되고 있다. 봉화의 주력 산업인 농업·임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중장비 운전기능사(굴착기·지게차), 직업상담사,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 과정 등이 대표적이다. 군은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육 과정과 비용 부담을 낮춰 군민들의 도전 장벽을 크게 허물었다.

배운 기술이 자격증으로 결실을 맺고 취·창업과 소득 창출로 연결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9월 봉화군에서 열린
지난 9월 봉화군에서 열린 '평생학습 힐링 캠핑' 참가자들이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봉화군 제공

◆ "거리 한계 딛고 찾아간다"

대중교통 이용이 곤란한 봉화의 지리적 여건상, 중앙 평생학습관까지 이동하는 것은 고령층에게 커다란 장벽이다.

봉화군은 학습자를 부르는 대신 강좌가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 대안을 내놨다. 24개 노선과 9개 읍·면 평생학습센터를 활용한 '찾아가는 배달강좌'를 통해 총 800여 명의 군민이 보금자리 가까이에서 배움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찾아가는 배달강좌는 배움의 기회균등을 넘어 지역 복지 정책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군민들의 교양과 시야를 넓히기 위한 '봉화아카데미'도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풍수전문가 박성준의 '행운을 부르는 풍수 인테리어', 마술사 최현우의 '편견을 깨는 마술 같은 3가지 이야기', 방송인 이승윤의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한 삶' 등 다채로운 명사 특강을 열어 일상 속 새로운 질문과 인문학적 성찰을 가져다주고 있다.

배움의 기회를 일찍 얻지 못했던 어르신들을 위한 성인문해교육은 삶의 질을 바꾸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봉화군은 노인복지관에 위탁해 찾아가는 한글교실과 생활문해교육을 촘촘히 운영 중이다.

어르신들은 한글을 익히며 병원 안내문과 약 봉투를 직접 확인하고 자녀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등 일상의 커다란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최근에는 무인 단말기 확산에 발맞춰 '이동식 키오스크 교육'을 대폭 강화했다. 문해강사가 직접 이동식 키오스크 기기를 들고 경로당을 찾아가 은행·관공서·병원 등에서 자주 쓰이는 메뉴를 반복 실습하도록 돕는다. 어르신들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대 간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봉화군 평생학습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봉화군 평생학습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2026 평생학습 성과공유회'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봉화군 제공

◆성과공유회로 배움의 결실 확인

학습의 성과는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봉화군은 지난해 봉화 구시장 골목에서 '제1회 평생학습 성과공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는 평생학습관 광장에서 '제2회 성과공유회'를 성황리에 열었다.

올해 행사에서는 11개 수강생 작품전시관, 15개 학습동아리 공연 및 다양한 체험 부스가 펼쳐졌다. 평균 연령 75세 어르신들의 웰빙댄스를 비롯해 악기 연주, 시 낭송 등 학습자들이 관람객이 아닌 주인공으로 무대를 꾸몄다. 개인의 배움이 공동체의 문화 축제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농촌의 한계를 오히려 평생학습의 기회로 바꿔낸 봉화군은 2023년 평생학습도시 지정으로 확보한 국비 9천만원 등을 바탕으로 한층 견고한 학습 인프라를 완성해가고 있다.

최기영 봉화군수는 "배움은 개인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군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지역을 만들어가는 든든한 동력"이라며 "앞으로도 '배움으로 행복한 군민, 함께 성장하는 봉화'를 실현하기 위해 군민 누구나 일상에서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평생학습 기반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봉화군이 주민들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명사 초청 강연 프로그램인
봉화군이 주민들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명사 초청 강연 프로그램인 '봉화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봉화군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조경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봉화군 제공
봉화군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조경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봉화군 제공
봉화군이 마을 간 거리가 먼 지역 특성을 고려해 운영하는
봉화군이 마을 간 거리가 먼 지역 특성을 고려해 운영하는 '찾아가는 배달강좌'에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