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대통령 주연·각본 '한반도 평화'

입력 2026-09-27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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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국장석 부장

이상준 국장석 부장
이상준 국장석 부장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연휴에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것도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회의에서 말이다.

193개 회원국 정상의 외교전이 펼쳐지는 제81차 유엔총회(미국 뉴욕 현지시간 22~28일) 기간,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총회 둘째날 기조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에 보냈다고 전격 공개한 것이다.

이전까지 한국 송환(送還)과 관련해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던 이재명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를 깼다는 것이다. 정부의 비공개 지침을 비판하는 야권에 대해서는 "타당하고 정당한 비공개 조치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은 비공개 사안이 아니라고 재반박했다. "우리는 개방된 나라"라면서 "우리 군인들이 포로로 잡은 이들을 어디론가 그저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우크라이나 정부간 진실 공방을 떠나 결코 간과(看過)할 수 없는 사실은 북한군 포로 또한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는 점이다. 우리 국민 송환을 남의 나라 대통령에게 먼저 들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사실은 북한군 포로들이 이미 언론 인터뷰와 탈북민 단체 등을 통해 귀순 의사를 밝혀왔고, 우리 정부 역시 수용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는 점이다. "타당하고 정당한 비공개 조치"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결국 "북한 눈치 보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북한 눈치 보기' 논란은 전날 22일(현지시간)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 연설과 오버랩된다. 대통령 출국 전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선 육군 25사단 소속 장병들이 지뢰 추정 폭발로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장 북한군 목함지뢰 매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은 2023년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전술도로를 깔고 지뢰를 매설하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벌이며 여러 차례 MDL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건 우리 군의 너무나 안일한 대응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추석 연휴 이후에 유엔군사령부와 함께 현장을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公憤)을 샀다.

군 안팎에선 유엔총회와 추석 연휴 중에 북한의 지뢰 폭발 관련성이 밝혀지는 것을 최대한 늦추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까지 시간을 벌고, 추석 민심에 미칠 영향도 최소화하겠다는 정부 의중을 반영한 조처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2일 예정대로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이 북한 지뢰 공격에는 입을 닫고 북한 포로 송환 공개에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으로 갈라진 단일 민족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두 국가 선언 이후 북한의 일방적 도발(挑發)에 침묵하는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공존이 국민의 공감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국민의 눈에는 '평화'가 아니라 '굴종'(屈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