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김지효] 이 밤이 지나도

입력 2026-09-27 13:54:39 수정 2026-09-27 13: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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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사회부 기자

김지효 사회부 기자
김지효 사회부 기자

온 가족이 모여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 먹고 안부를 묻는 명절 연휴 기간에도 끊기지 않는 전화가 있다. 끊을 수 없는 전화다. 삶의 끝자락에 선 이들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109'로 들어온 전화 건수는 일평균 959건이었다. 지난해 35만2천914건의 전화가 접수됐으므로, 일평균 건수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치다. 삶을 끝내고 싶다는 극단의 마음은 명절을 가리지 않고 늘상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자살 사망자는 1만4천144명으로 전년보다 728명(4.9%) 감소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역시 27.8명으로 1.4명 줄었다. 하지만 10대 자살률의 경우 전년 대비 7.5% 증가하는 수치를 보였고, 자살은 여전히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원인 1위로 집계됐다.

대구경북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대구 29.3명, 경북 29.7명으로 전국 평균인 27.8명을 웃돌았다. 학생 자살 지표도 눈에 띄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경북 초·중·고생 자살자는 총 136명이었다. 2020년 20명이던 발생 건수가 5년 뒤 28명으로 40%나 증가했다.

의료 현장에서 집계되는 지표 역시 위기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기록된 2024년 응급실을 찾은 자해·자살 시도자는 3만5천170건으로, 질병 외 손상으로 내원한 환자의 3.1%에 달했다. 대구의 경우 같은 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 14만6천951명 중 1.1%인 1천584명이 자해·자살 시도자로, 전국 평균 0.82%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위기 신호를 감지하고 대응할 사회적 안전망은 여전히 촘촘하지 못하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콜센터 인력 대부분은 계약직이며, 정원 미달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늘상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탓에 통화 대기와 연결 끊김도 일상적으로 발생했다. 2022년 109 상담 응대율이 62%였다면, 지난해의 경우 47.3%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일평균 1천118건의 상담 전화 중 532건만 응대할 수 있었다.

의료 현장에서도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역시 인력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 참여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사례 관리를 4회 받은 자살 시도자 중 자살 생각을 가진 비율은 28.8%에서 13.8%로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주말과 야간 전담 인력이 없는 병원이 대다수였고, 해당 사업에 배치된 인력 역시 대부분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 관계자는 현장 종사자 상당수가 업무 강도에 짓눌려 2년도 채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노동자의 헌신과 희생만을 담보로 하는 자살 예방책 외에도, 위기 당사자가 손을 뻗었을 때 그 손을 지역사회에 연결해줄 방안이 끊임없이 강구돼야 한다. 위기 상황에 놓인 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복지망을 구축하고, 정신건강 전담 인력의 처우와 고용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그 예시가 될 것이다.

이 밤이 지나가도, 소중한 그대를 떠나보내지 않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