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의2 설명요구권, 거절해도 10일 내 사유 통지 AI기본법 채용은 고영향 AI…계도기간 끝나면 과태료 최대 3000만원
국내 500대 기업의 86.7%가 인사 업무에 인공지능(AI)을 쓴다. 구직자에게 AI 활용 사실을 미리 알리는 기업은 57.0%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5년 기업 채용동향조사 결과다. AI 채용 설명요구권은 이미 법에 규정돼 있다. 이 권리는 자신이 AI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지원자에게만 열린다.
◆ 인사 AI 86.7%, 공식 채용 도입은 21.7%
같은 조사에서 응답 기업 396곳 가운데 공식 채용 절차에 AI 도구를 넣은 곳은 21.7%인 86개사였다. 나머지는 서류 검토나 후보 선별에 비공식적으로 AI를 쓴다.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가장 많이 도입한 절차는 AI 기반 인·적성 또는 역량검사(69.8%)였다. 지원서류 검토와 AI 면접에 쓴다는 응답도 46.5%였다. 앞으로 AI 도구를 도입하거나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74.5%, 조사 대상 가운데 295곳에 달한다.
수집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관리하는지 구직자에게 안내한다는 기업은 55.8%였다. 절반 가까이는 무엇을 모아 어디에 쓰는지 알리지 않은 채 AI에 자료를 넣는다.
◆ 탈락 사유 요구받은 기업, 30일 안에 답해야
2024년 3월 시행된 개인정보 보호법 제37조의2는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거부권과 AI 채용 설명요구권을 규정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같은 해 9월 제정한 조치 기준 고시를 보면, 기업은 요구를 접수한 날부터 30일 안에 조치 결과를 알려야 한다. 거절할 때도 10일 안에 사유를 통지해야 한다.
설명의 수준도 정해져 있다. 알고리즘 수식 대신 판단에 쓰인 주요 고려사항을 간결하고 의미 있게 제공해야 한다. AI 역량검사 등에서 탈락한 지원자가 사유를 묻자 기업이 핵심 평가지표와 가중치 요약본을 건넨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 권리 행사를 막고 시정명령도 따르지 않으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 '사람이 최종 결재' 한 줄이면 권리는 닫힌다
문제는 적용 요건이다. 최종 결정 전 사람이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절차가 있으면 법상 자동화된 결정에서 빠진다. AI 점수를 참고자료로 삼고 불합격은 인사팀 명의로 결재하는 방식이면 설명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
노동인권 단체와 채용 솔루션 업계에서는 대다수 기업이 이런 구조를 택해 규제가 형식적으로 우회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용 지원 단계에서 개인정보 처리에 필수 동의를 받는 관행도 사후 거부권 행사를 어렵게 만든다.
기업 쪽 반론도 분명하다. 평가 가중치나 핵심 논리를 공개하면 지원자가 통과 요령을 학습하는 편법이 퍼지고 모델이 유출된다는 이유에서다.
◆ 2년간 공공기관 AI 검사 탈락 351명
2024년 국정감사 때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2년간 지방 공공기관의 AI 채용 검사에서 불합격 처리된 인원은 351명이었다. 2022년 303명, 2023년 48명이다. 당시 AI 검사를 운영 중인 지방 공공기관은 15곳으로 서울 5곳, 경기 3곳에 몰렸고 세종·인천·대구·경북·부산·강원·충북은 각 1곳이었다.
민간 확산 속도는 더 가파르다. 채용 솔루션 기업 무하유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자사 AI 면접 서비스 통계를 보면 도입 기업 수는 2023년 대비 2025년 상반기 3배 이상, 응시자 수는 6.4배 늘었다. 평균 응시율은 86%였다. 잡코리아가 채용 담당자 1천286명에게 물은 결과 65% 이상이 AI 채용 에이전트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 계도기간 끝나는 2027년 1월이 분수령
올해 1월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채용과 인사평가를 10개 고영향 영역에 포함했다. 제34조는 결과 도출에 쓰인 주요 기준과 학습데이터 개요를 설명하도록 사업자에게 책무를 지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6일 세부 절차를 담은 고영향 AI 사업자 책무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1년 계도기간은 2027년 1월 21일 끝난다.
해외 사정은 우리보다 앞서 있지도 않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채용을 포함한 고위험 AI 규제 의무 적용을 2027년 12월로 16개월 미뤘다. 뉴욕주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뉴욕시 AI 채용도구 감사법(LL144) 시행 2년 감사에서 집행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취업 준비 현장에서 AI는 이미 양쪽 모두의 도구다. 진학사 캐치가 지난 7월 3일 내놓은 설문에서 Z세대 구직자의 98%가 취업 준비에 AI를 쓴다고 답했다. 지원자는 AI로 자소서를 쓰고, 기업은 AI로 그것을 거른다. 다만 평가 기준을 아는 쪽은 한쪽뿐이다.
노동법과 개인정보보호를 다루는 법조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해 5월 전문지 기고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의사결정에 활용되며 '자동화된 결정'에 관한 정보 주체의 권리 조항이 신설됐다"며 "기업은 해당 여부를 검토하고 준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