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조혼·강제결혼 신고 123% 급증…유엔 "사회 붕괴 수준"

입력 2026-09-23 19: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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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구기금(UNFPA), 가자 분쟁 3년간 성별 기반 폭력 실태 공개…조혼 피해 소녀 최연소 12세

유엔인구기금(UNFPA)이 가자지구에서 올해 2분기 조혼·강제결혼 신고 건수가 1분기 대비 123% 급증했다고 밝혔다.

UNFPA가 10개 단체의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가자지구의 위기가 "여성과 소녀가 성별 기반 폭력(GBV)에 노출되는 조건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12~17세 소녀를 대상으로 한 조혼·강제결혼 신고 건수에서 "심각한 급증"이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같은 기간 성폭력 신고 건수도 절대 수치 기준으로 61% 증가했다. 전체 GBV 신고 중 성폭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1%에서 2.7%로 높아졌다.

보고서에는 극단적인 생존 상황이 조혼을 부추기는 사례들이 담겼다. 기근이 극심했던 지난해, 한 남성이 14세 딸을 밀가루 두 포대와 맞바꿔 결혼시켰다는 증언이 포함됐다. 서로 다른 피란민 캠프의 여성 6명이 이와 유사한 교환 사례를 증언했다. UNFPA는 이런 거래가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UNFPA 팔레스타인 대표 네스토르 오워무한기는 "추세가 충격적"이라며, 3년간의 전쟁으로 사회 구조가 무너져 "모든 것이 무너졌고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보고서는 가자시티와 칸유니스의 피란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여성 230명의 증언을 담았다.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월까지 팔레스타인 여성단체 '여성문제센터'가 주관한 집단 토론을 통해 수집됐다. 한 여성은 학교를 개조한 피란 시설에서 강간 피해자가 수치와 추문을 피하기 위해 가해자와 결혼하는 사례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학교에서 강간 사건이 드러나면, 다음 날 그 학교에서 결혼식과 축하 행사가 열린다"고 그는 말했다.

전쟁 고아가 된 소녀들도 특히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 가자시티 캠프의 한 여성은 14세와 15세인 친척 소녀 두 명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삼촌들이 아이들을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시켰다. 왜냐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순교했고, 삼촌들이 책임과 비용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조혼 증가와 함께 청소년 출산율도 급등하고 있다. UNFPA에 따르면 청소년 출산율은 전쟁 이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오워무한기 대표는 "신체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굶주리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처한 아이가 임신을 하면 결과는 항상 매우 나쁘다"고 경고했다. 여성문제센터 등 지원 단체들은 10대 초반에 결혼한 소녀들이 성인 여성보다 유산과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훨씬 높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체 가구의 약 4분의 1은 여성이 가장인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전쟁 이전의 두 배 수준이다. 남편이 억류되거나 실종된 여성, 미망인은 성적 착취와 학대에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전쟁 이전 가자지구에서는 초등학교 이상 모든 교육 단계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수가 많고 성적도 앞섰다. 그러나 장기간의 학교 폐쇄로 많은 아이들이 교육에서 이탈했다. 가자지구 법률은 부모 동의와 법원 허가를 조건으로 17세 미만 결혼 예외를 인정하며, 법원은 14세 7개월 이상에게도 결혼을 승인할 수 있다. 현지 이슬람법 전문가는 전쟁 기간 이슬람 법원이 상당 기간 폐쇄되면서 법적 안전장치가 사실상 제거됐다고 밝혔다.

UNFPA는 기반시설 파괴와 보건·교육·법률 서비스 붕괴로 여성과 소녀가 보호 체계에서 완전히 단절됐다고 지적했다. 피란민 캠프 내 조명과 사생활 보호 공간의 부재, 여성 전용 화장실 미비도 신체적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UNFPA는 이번 집단 토론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에 의한 폭력은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번 결과가 팔레스타인 무장 행위자에 의한 GBV의 유병률 또는 부재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UNFPA는 여성과 소녀의 안전을 높이기 위해 더 나은 피란 시설과 위생 환경, 교육 및 의료 서비스 확충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