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시행, 상한 2100만→3150만원으로 1~7월 체불 1조814억…미회수는 5조8558억, 회수율 29.7%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밀린 임금을 국가가 먼저 주는 체불임금 대지급금 가운데 도산대지급금의 보장 범위가 최종 6개월분, 1인당 최대 3150만원으로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0일 시행한 개정 임금채권보장법령에 따른 것으로, 종전 보장액은 최종 3개월분·2100만원이었다. 다만 확대된 6개월분은 법원에서 파산선고나 도산인정을 받은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회사가 문을 닫지 않은 채 월급만 밀린 노동자는 여전히 3개월분·1000만원 한도에 묶여 있다.
◆ 1~7월 체불 1조814억원, 피해 노동자 12만8048명
고용노동부 노동포털 임금체불 통계로 올해 1~7월 누적 체불액은 1조814억원, 피해 노동자는 12만8048명이다. 지난해 연간 체불액은 2조679억원으로 2년 연속 2조원을 넘겼다.
규모를 쪼개 보면 체불은 작은 일터에 몰려 있다. 같은 기간 체불액의 74.3%인 8030억원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문을 닫은 곳에서 생긴 체불도 늘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의원실이 22일 공개한 상반기 체불 현황을 보면 휴·폐업 사업장 체불액은 1531억원이다. 전체 체불액의 16.6%로, 2023년 비중 7.4%의 두 배를 넘는다. 도산대지급금 확대가 지금 필요한 이유가 이 숫자에 있다.
◆ 5개월 밀린 1750만원, 930만원에서 1550만원으로
개정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다. 임금 보장 기간이 최종 3개월에서 최종 6개월분으로 늘었고, 1인당 총지급 상한이 1050만원 올랐다.
고용노동부가 시행에 맞춰 제시한 적용 예시에 차이가 드러난다. 만 35세 퇴직자가 5개월치 임금 1750만원을 못 받은 상태에서 회사가 파산했다면, 종전 기준으로는 930만원이지만 개정 기준으로는 1550만원을 받는다.
사업주 쪽 지원도 함께 늘렸다. 자발적 청산을 돕는 체불청산지원 융자 한도는 사업주당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랐다. 근로자 1인당 한도는 2000만원이다. 2억원을 넘는 대규모 체불에는 담보를 조건으로 최대 10억원을 빌려주는 특별융자가 새로 생겼다.
◆ 처리 14일에서 7일로, 생계비 융자 금리는 연 1.0%
근로복지공단은 추석 집중 청산 기간 대지급금 처리 기간을 신청일로부터 7일 이내로 줄였다. 평시에는 14일이 걸린다.
체불근로자 생계비 융자 금리도 10월 31일까지 연 1.5%에서 연 1.0%로 내렸다. 신용보증료 1%는 따로 든다.
고용노동부는 9월 1일부터 23일까지 체불 위험 사업장 8000곳을 집중 감독한다. 지난해 6000곳보다 2000곳 늘렸다. 공사가 멈춘 경기 이천의 한 건설현장에서는 현장 지도 끝에 근로자 63명의 체불임금 2억7000만원을 추석 전 전액 청산하기로 합의했다.
◆ 8조3328억원 주고 5조8558억원 못 받았다
구멍은 회수다. 1998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지급된 대지급금은 8조3328억원, 이 가운데 5조8558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누적 회수율은 29.7%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지혜 의원실이 21일 공개한 세부 자료를 보면 장기 미변제 상위 50개 사업장의 미회수 채무는 697억7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37곳은 회수율이 10%에 못 미쳤다. 가장 오래 버틴 사업주는 306건, 16억8800만원을 16년 동안 한 푼도 갚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대지급금을 갚지 않는 사업주에게 국세 체납처분 방식의 강제징수를 적용한다. 회수 소요 기간은 290일에서 158일로 132일 줄어든다. 1년 이상 미납한 사업주 2057명에 대한 첫 신용제재도 같은 달 이뤄졌다. 이들의 미변제금은 3868억원이다.
◆ 90%를 차지하는 간이대지급금은 그대로다
이번 확대에서 빠진 것이 간이대지급금이다. 도산 여부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어 전체 대지급금의 90%를 차지하지만, 상한은 1인당 1000만원, 임금과 퇴직금 각 700만원으로 그대로다. 재직 중 월급이 밀린 노동자 상당수는 확대 효과를 보지 못한다.
기금 건전성도 과제로 남았다. 국회가 지난달 낸 2025회계연도 고용노동부 소관 결산 검토보고서를 보면 간이대지급금의 지난해 회수율은 18.1%다. 도산대지급금 41.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보고서는 보장 범위 확대와 함께 임금채권보장기금 적립 여력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대출을 내주어 견디게 하는 방식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단순히 보장 기간이나 융자 규모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보험과 공제 등 사회적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