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조성은, 코인 사기 무혐의…피해자들 집단 반발

입력 2025-07-22 12:32:42 수정 2025-07-22 12:46:39

조성은 씨가 A 씨에게 2022년 7월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독자 제공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고발인 조사를 위해 지난달 23일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이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 씨 관련 코인 사기 의혹 사건이 불송치로 일단락됐다. 이에 조 씨를 믿고 십수억원을 입금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은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난 9일 검찰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21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조 씨를 상대로 제기된 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 지난 3월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불송치' 처리했다. 이 사건은 2023년 9월 투자자들의 고소로 시작됐다. 불송치란 증거가 충분치 않아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걸 말한다.

경찰 등에 따르면 조 씨는 2022년 초 아프리카 세이셸과 미국에 코인 회사 '와톤 코인(WATTTON COIN)'을 설립하고 코인 상장을 위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조 씨와 친분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용주 전 의원과 정호준 전 의원이 각각 법무와 대외협력 담당을 맡으며 돈까지 투자하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피해자 A 씨는 "와톤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하면 많은 수익을 올리게 해주겠다"는 조 씨의 말과 조 씨 곁에 있는 전직 의원 둘의 위세를 믿고 2022년 5월 현금 3억원을 조 씨 회사인 '디플로컴퍼니(옛 팔금황)'로 보냈다. 이후 A 씨는 조 씨의 추가 투자 권유와 대여 부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 10개(약 2억6천만원)와 20개(약 5억5천만원), 이더리움 25개(약 6천만원) 등 총 약 11억7천만원을 조 씨에게 보냈다.

경찰은 A 씨가 보낸 모든 금액을 투자로 봤다. 경찰은 수사결과통지서에 "조 씨는 A 씨로부터 최초 송금 받은 3억원을 코인 거래소 상장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 지원비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며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용처는 거래 내역에서도 확인된다"고 했다.

그 외 송금액에 대해서도 "계약서상 A 씨가 와톤의 아시아총괄전략디렉터로 '회사의 대외협력 등을 통해 블록체인 투자 유치 및 부대업무 일체, 기타 위촉하는 사항'을 맡은 것으로 볼 때 조 씨가 A 씨를 기망해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이 말하는 '계약서'란 조 씨가 A 씨에게 2022년 6월 비트코인 10개를 받으며 전송한 '프로젝트 와톤 팀원 임원 위촉 및 프로젝트 출좌 투자파트너십' 계약서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최초 송금액 3억원과 비트코인 10개는 투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A 씨는 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계약서 효력 여부를 떠나 A 씨가 처음 보낸 3억원과 비트코인 10개이 '투자'라고 치더라도 최소 2022년 7월 이후 조 씨에게 보낸 비트코인 20개와 이더리움 25개 등 총 6억1천만원은 '대여'였다라는 게 A 씨 주장이다. A 씨는 비트코인 20개에 대해 "조 씨가 내게 '코인을 상장해야 하는 상황인데 기존에 상장 비용 6억원을 내기로 한 이용주 의원이 갑자기 돈을 내지 못하겠다고 한다. 상장 비용으로 비트코인을 빌려주면 3개월~6개월 안에 원금에 50%를 더해 반환하겠다'고 해서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더리움에 대해선 "베트남 뮤직 페스티벌에 코인 굿즈 만들 돈과 2차 상장 마켓 메이킹 자금이 필요하대서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씨와 A 씨가 2023년 초 나눈 카카오톡 대화. 독자 제공
조성은 씨가 A 씨에게 2022년 7월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독자 제공

A 씨와 조 씨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비트코인 20개의 경우 대여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나온다. 조 씨는 A 씨에게 2022년 7월16일 비트코인 20개를 받기 전 "BTC 20(3개월~6개월) 이자 BTC 10(50% loan)"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비트코인 20개를 3개월~6개월 빌려주면 대여(Loan)의 대가로 빌려간 코인의 50%인 10개를 얹어서 30개로 돌려주겠다는 의미라는 게 A 씨 설명이다.

다만 이더리움 25개에 관한 증거는 남아 있지 않다. A 씨는 "난 녹음이 되지 않는 휴대전화를 쓰는데 돈 관련 얘기만 나오면 조 씨는 꼭 전화로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나마 남아 있던 텔레그램방도 조 씨가 다 지워서 남은 거라곤 카카오톡에 남은 게 전부라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20개 빌려준 건 다행히 증거가 이렇게 남았다. 그런데 경찰은 이것도 모두 '투자'로 판단해 버렸다.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A 씨가 조 씨에게 보냈을 때 1개당 2천500만원~2천700만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시세는 현재 1억6천만원에 이른다.

A 씨의 추천에 따라 조 씨에게 돈을 보낸 다른 투자자 4명도 수사 결과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총 1억4천만원을 조 씨에게 투자 및 대여 목적으로 보냈는데 경찰은 이를 모두 투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조 씨와 A 씨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1억4천만원 가운데 7천만원은 '론(Loan·대여)'으로 나온다.

조성은 씨와 A 씨가 2023년 초 나눈 카카오톡 대화. 독자 제공

이에 대해 조 씨는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투자금을 잃은 이 의원과 정 의원은 피해자들의 고소전에 참전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아는 사람끼리 투자하고 잘 안 된 건데 어떻게 그걸 돌려달라고 소송까지 하겠나. 나는 사기 당한 게 아니라 그냥 투자 실패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정 의원은 "이 사업이 공공자원 환경 에너지 관련이라 좋은 취지 같아 참여했다. 투자해서 사업하다 안 된 걸로 고소할 게 뭐 있나"라고 말했다. 다만 두 의원은 "얼마를 잃었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와톤 코인은 2022년 7월과 2023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게이트아이오(Gate.io)' 등 국외 코인 거래소에 상장했다. 하지만 2023년 8월 이후 1개당 1원 이하로 떨어지며 반등을 하지 않고 거래도 거의 되지 않아 사실상 '잡코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