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석민] 관세 전쟁과 생존 전략

입력 2025-05-15 20:03:46

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대지진(大地震)이 일어나면 중소 규모의 여진(餘震)이 수없이 이어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미·중 관세 전쟁 역시 그렇다. 겉보기엔 무역 분쟁처럼 보일지라도 실상은 '새로운 세계 질서'의 향방을 두고 벌이는 패권(霸權) 다툼이 본질이다. 싸움의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다. '향후 100년간 미국에 대적하지 말고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하라'는 덩샤오핑 주석의 혜안(慧眼)은 탁월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를 어겼다.

비야디(BYD)에 이어 지커, 샤오펑, 창안자동차, 샤오미, 립모터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 진출(進出)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 1월 BYD코리아가 출범한 이후 BYD '아토3'는 1~4월 누적 553대를 기록해 안착(安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4월에만 543대가 팔려 월간 전기차 판매(트림 기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전기차의 한국 진출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중국 내 과잉생산(過剩生産) 문제에다 관세 전쟁으로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이 막혀 있고, 유럽과 아세안·중동 시장 역시 위축되고 있는 탓이다. 한국 정부의 친환경 보조금(補助金) 정책을 잘 활용하면 '가성비'를 무기 삼아 충분히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에 중국 시장 내 외국 자동차 업체의 점유율(占有率)은 2020년 64.3% 이후 2024년 상반기 43%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현대차 충칭 공장과 닛산 창저우 공장 등이 지난해 문을 닫았다. 그러나 관세 전쟁은 상황을 반전시켰다. 대안(對案)으로 여겨졌던 아세안·중동·유럽 시장이 더 이상 충분한 대안이 되지 못한 것이다. 비록 레드오션일지라도 연간 1천만 대가 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중국 시장만을 위해 개발한 맞춤형 첫 전기차 '일렉시오'를 선보인다. 일본 토요타·닛산·혼다 역시 '현지화'를 키워드로 세계 최대인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에 합류한다. 한·중·일 전기차 대전이 불꽃 튈 전망이다. 관세 전쟁(關稅戰爭)의 여파를 잘 분석해 탈출구를 찾고 기회를 잡아 확대하는 생존 전략(生存戰略)이 무엇보다 간절한 시대를 맞고 있다.

sukmi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