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삼국지] '쌍권'과 이각·곽사, 그리고 허수아비 헌제

입력 2025-05-07 17:23:21 수정 2025-05-07 22:38:06

권영세(1959-), 권성동(1960-), 이각(?-198), 곽사(?-197).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권영세(1959-), 권성동(1960-), 이각(?-198), 곽사(?-197).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21대 대선 기간을 맞아 대한민국 정치사 속 인물들을 삼국지정사·연의·게임·드라마·영화 등을 뒤섞어 분석해봅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시사삼국지'를 검색해보세요.

▶요즘 여느 때보다 많이 불리고 있는 이름이 있다. 하나도 아니고 2인조다. 일명 '쌍권', 바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여당이지만 대통령이 없고, 더 나아가 당 대표도 없는 현재 국민의힘의 지도부 '투톱'이다.

쌍권은 최근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와 장외 대선 주자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추진을 위해 남분북주(김문수 후보가 있는 남쪽 대구로 향했지만 이 소식을 듣고 김문수 후보가 반대로 북쪽 서울로 향하며 만남 불발)하며 그 이름이 언론 보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보다 더 많이 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말말말'이 눈길을 끈다. 권영세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시간이 긴박해 단일화를 이뤄내기 위한 최종설득에 나선다"고 했고, 이에 대해 김문수 후보는 "당 지도부가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 시도한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는 대선 후보로서 '당무 우선권'을 가진 김문수 후보에 대한 압박이라는 평가, 그리고 5월 7일 하루 동안 강행되고 있는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 및 이에 이어질 수 있는 사실상 '강제 단일화'에 대한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국민의힘 재선 의원 모임 간사인 엄태영 의원과 초선 의원 모임 간사인 김대식 의원의 방문을 받고 일정 중단을 선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국민의힘 재선 의원 모임 간사인 엄태영 의원과 초선 의원 모임 간사인 김대식 의원의 방문을 받고 일정 중단을 선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득 떠오르는 삼국지 속 한 장면은 동탁 사후 정권을 잡은 이각과 곽사가 후한 헌제를 허수아비 황제로 옹립한 시기다.

동탁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비유 대상이고, '헌제 옹립'이란 '최종(국민의힘 경선)' 말고 '진짜 최종(단일화)'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것에 비유해보자. 그리고 '허수아비'라는 표현은 진실인지 아닐지 아직 단언할 수 없으나 요즘 여러 시사평론 방송에서 쓰는 '바지(사장)' '강화도령' 등의 표현과 한 맥락의 단어.

헌제의 신병을 확보한 이각과 곽사는 한동안 여포, 마등, 한수 등 주변 군벌들을 격파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각과 곽사의 폭정을 못 이긴 헌제가 도주하자 2인조는 빠르게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헌제가 손에 없으니 '황실을 보호한다'는 명분도 사라졌고, 이에 부하들이 배신하고 이탈, 점점 힘이 약해져 도적과 다름없는 세력이 되고 만다.

여기까지가 '삼보의 난'이다. 그 결과는 이각·곽사 둘 다 패망, 헌제가 도망가 몸을 의탁한 조조의 시대의 시작이었다.

조조만 좋은 일 시켜줬다. 지금 대한민국 보수 진영도 누군가에게 그런 좋은 일 시켜주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주범은 누구인가?

▶생각해 볼 문제=이번 21대 대통령 선거 과정과 비교할 수 있는 '독보적' 대선 과정은 언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