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이 열리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후보 단일화' 이슈다. 단일화가 승리를 보장하는 만능열쇠일 수는 없지만, 열세 측에서 보자면 뒤집기를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단일화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성공 시 권좌(權座)를 바꿔 버리는 위력을 발휘한 사례는 역대 대선에서 찾을 수 있다.
1997년, 15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 후보는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전 의원과 일군 'DJP 연합'으로 후보가 돼 당시 대세론을 구가하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1.53%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됐다.
그다음 대선인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계기로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대선 전날 밤 정 후보의 지지 철회 선언에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꺾고 대권을 거머쥔 바 있다.
예기치 못했던 비상계엄이 불러온 대통령 탄핵, 이로 인해 치러지게 된 조기 대선에 전략은커녕 몸풀기도 덜 된 국민의힘이 '일극 체제'로 빌드업을 완성시키며 탄핵 주도 명분까지 장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견줘 볼 카드는 그나마 단일화뿐이다. 국힘은 이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후보 선출을 위한 국힘 전당대회는 애초부터 '단일화' 밑그림이 그려진 종이 위에 색을 입히는 절차에 불과했다. 이재명 '불가론'이 '대세론'을 흔들지 못하는 현실에 국힘 지지층, 보수층은 이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6일 발표된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힘 지지층 85%, 보수층 73%가 단일화를 찬성했다는 결과를 통해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170석 거대 정당을 쥐고 있는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입법 권력에 이어 행정·사법 권력까지 장악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이재명이냐, 아니냐' 양자택일 대선에서 보수 표가 집합해야 하는 당위성을 갖게 하고, 이는 국힘의 유효하며 유일한 전략이다."
보수 인사의 분석과도 맞닿아 있지만 단일화를 덧셈화하는 건 어렵다. 결단과 양보는 필수다. DJ는 단일 후보로 나서는 대신 내각제와 총리직, 장관 5대 5 배분 등 JP의 요구를 다 수용했다. 노무현 후보는 막판 '적합도'를 먼저 접으면서 끝없는 싸움에 염증을 느끼던 여론의 방향을 돌렸다.
보수 단일화는 강력한 반(反)이재명 모멘텀을 기반으로 탄핵 정국서 불거진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는, 그리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특징으로 하는 갈등 유발형 1987년 헌법 개헌 등 명분과 시대정신이 담겨야 한다. 두 차례의 보수 대통령 몰락에 대한 반성과 사죄, 새로운 보수 비전 제시는 이보다 앞선 조건이다.
그럼에도 국힘 단일화 과정에선 이 핵심을 찾지 못한다. 되레, 당 지도부는 '경선 때 약속한 대로 즉각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 단일화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김문수 후보는 당 지도부의 개입을 경고하며 맞서고 있다.
'묻지마 단일화' 추진이 빚은 예상된 결과지만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순간에도 주도권만큼은 양보 못 한다는 후보와 지도부 간 내홍은 단일화 협상의 진짜 속내를 보는 것 같다.
7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15일로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했다. 민주당 뜻대로다.
반명(反明) 기치 '빅텐트'는 펴 보지도 못한 채 '찢긴 파라솔' 쟁탈전에 빠진 국힘을 보고 있자니…, 결과는 보나 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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