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삼국지] 김문수와 한덕수, 원소와 한복처럼 충돌?

입력 2025-05-06 01:22:36 수정 2025-05-06 02:17:12

김문수(1951-), 한덕수(1949-), 원소(?-202), 한복(?-?).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김문수(1951-), 한덕수(1949-), 원소(?-202), 한복(?-?).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21대 대선 기간을 맞아 대한민국 정치사 속 인물들을 삼국지정사·연의·게임·드라마·영화 등을 뒤섞어 분석해봅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시사삼국지'를 검색해보세요.

▶반동탁연합군에서 만난 원소와 한복의 관계는 묘했다.

기주목 한복은 발해태수 원소를 감찰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다 천하에 동탁 타도의 분위기가 일자 원소가 선제적으로 거병하며 다른 군벌들에게 반동탁연합군 결성을 호소했고, 한복 역시 참여했다.

그런데 한복의 태도가 좀 이상했다. 반동탁연합군은 동탁이 있는 낙양에서 북으로 불과 120리 떨어진 하내군에 결집했다. 하지만 한복은 북쪽으로 더욱 멀리 떨어진 근거지 업현에서 보급을 맡았다. 한마디로 '간을 보겠다'는 태도였다.

이후 한복은 반동탁연합군의 맹주가 된 원소가 전국적인 명망을 얻어나가자 견제책을 쓴다. 군량 보급을 끊어 원소군을 곤경에 빠뜨린 것이다.

이때의 악연을 계기로 원소와 한복은 동탁 토벌의 대의를 실행하기보다는 두 사람의 공통된 근거지인 '기주'를 두고 다툼을 벌인다. 둘이서 타협해 유주목 유우를 새 황제로 추대하는 '정치쇼'를 벌이기도, 한복의 부하 국의가 반란을 일으키자 원소가 지원하고, 이 반란이 진압되자 원소는 북평태수 공손찬을 부추겨 한복을 공격케 해 힘을 꺾어, 결국 한복이 자신에게 항복하는 수순을 만든다. 끝내 한복은 진류태수 장막에게 도망가 의탁하는데, 원소가 보낸 사신이 장막과 나눈 귓속말을 엿듣곤 자신을 죽이려는 것으로 오인, 서도(죽간에 쓴 글자를 수정하는 지우개)로 자살하고 만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 사이도 요즘 묘하다.

지난 5월 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21대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로 김문수 후보가 선출된 후, 하루 전날(5월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쾌속으로 진행될 줄 알았다. 대선일이 6월 3일이고,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은 5월 11일이니, '번갯불에 콩 볶듯'이라도 그 화력이 대단해 만족스러운 품질의 콩이 볶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양측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되려 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선 때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의지를 도드라지게 피력한 김문수 후보 측이 경선 후에는 한덕수 후보는 물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까지 포함, 김문수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단일화를 강조하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말이 틀리다'는 식의 의구심을 만들고, 애초 약속의 뉘앙스를 보였던 '김 대 한' 단일화보다 복잡한 단일화를 언급하며 불확실성을 높이고 소요 시간도 낭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덕수 후보 측은 최근 몇몇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한덕수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오차범위 내 또는 외에서 앞서는 결과를 보이는 것을 두고 주도권을 쥘 가능성을 강조하며 단일화 시기 역시 빨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은 두 후보 간 뿐 아니라 김문수 후보 대 당 대다수 구성원 간에도 빚어진 상황이다. 대선 후보가 갖는 '당무우선권'을 두고 김문수 후보의 당 사무총장 인선 무산 등과 관련한 '침해' 주장에 이양수 현 사무총장이 "어느 법을 준용하더라도 후보자의 전권을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맞서는 초유의 갈등극이 벌어졌다.

이에 5월 5일 밤 긴급히 국민의힘 의총(의원총회)이 열리고 지도부의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진행되는 등 갈등 봉합이 시도됐지만, 뚜렷하게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왼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등이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왼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등이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탁을 타도하기 위해 쾌속으로 진군하던 연합군이 갑자기 덜커덕거리며 속도를 늦춘 모습이다. 마치 삼국지연의 18로 제후군(반동탁연합군의 다른 이름)처럼 모인 8명 후보들이 치열한 토론전을 펼쳐 1명의 맹주를 선출한 것인데, 이렇게 만들어진 컨벤션 효과가 반동탁연합군 결성 시기(용두, 龍頭)와 그 이후(사미, 蛇尾)를 보듯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저 삼국지 원소 대 한복의 잇속 챙기기 같은 싸움을 관람코자(삼국지 마니아들에겐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 제갈량의 '칠종칠금' 남중정벌, 제갈량 대 사마의 등의 전쟁과 비교도 되지 않는 낮은 관심도의 에피소드) 지난 한 달 동안 보수 진영 유권자들이 관심과 응원을 쏟아부은 건 아닐 터다.

▶생각해 볼 문제=두 후보는 후보 등록 마감 시한 전 단일화에 성공할까? 아니면 둘 중 한 명이 향후 중도 사퇴하는 촌극이 빚어질까? 16대 대선처럼 단일화를 이뤘다가 선거일 전날 파기(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하는 촌극 중 촌극이 재연될 가능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