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삼국지] 이준석과 손견…그리고 尹과 원술

입력 2025-05-01 17:29:43 수정 2025-05-01 18:56:02

이준석(1985-), 손견(155-191).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이준석(1985-), 손견(155-191).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21대 대선 기간을 맞아 대한민국 정치사 속 인물들을 삼국지정사·연의·게임·드라마·영화 등을 뒤섞어 분석해봅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시사삼국지'를 검색해보세요.

▶삼국지연의가 황건적 대 조정의 대결, 동탁 대 반동탁연합의 승부, 조조 대 원소의 관도대전 같은 양자 대결 묘사에 치중하다 본격적으로 1(조조) 대 2(유비·손권 연합군)의 전쟁을 보여준 게 바로 적벽대전이다. 얼핏 보면 1 대 1이지만, 같은 편을 먹은 유비와 손권 간에도 제갈량 대 주유의 머리 싸움 같은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관계가 형성되며 읽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애초 중원의 패자 조조 대 방랑 군벌 유비의 시시한 싸움이 될 뻔한 구도의 균형을 맞춘 손권, 즉 강동 세력의 발판을 만든 이가 바로 손견이다. 손견은 강동 세력(오나라)의 3대 군주 손권의 아버지이자, 2대 군주 손책의 아버지이다. 손권에게 천하의 제3세력이 되는 발판을 물려줬다.

▶그는 중원에서 조금 벗어난 양주, 회계, 하비 등에서 후한의 무관으로 살다 조정을 위협한 황건적의 난을 시작으로 하는 여러 반란에서 활약했다. 이때 강동의 요충지인 장사 태수 관직도 얻는다. 이어 반동탁연합에서 대활약을 펼친다. 삼국지연의에서는 관우가 동탁군의 에이스 화웅을 '술잔이 식기도 전에' 베어 주목받지만, 실제(삼국지정사)로는 손견군이 무찔렀다.

이 과정에서 손견을 지원한 군벌이 바로 원술이다. 손견은 직접 동탁을 쳐 낙양을 되찾았고, 여기서 찾은 옥새를 원술에게 줬다. 이 옥새는 훗날 원술이 황제를 칭한 후 몰락하는 계기도 된다.

이렇듯 엄청난 활약을 펼치지만, 스폰서 원술에게 진 빚이 발목을 잡았다. 이후 원술이 형주(강동 바로 서쪽)의 유표를 공격하라는 지시를 받아 싸우다 전사했다. 이 때문에 손씨 가문은 유표 가문과 철천지 원수가 된다.

이어 손책이 강동에서 세력을 더욱 넓혔고, 그걸 손권이 이어받아 적벽대전에서도 승리, 명실상부 삼국지 제3의 세력이 된다.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다.

일단 개혁신당이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다음 제3지대쯤 되는 포지션이 그렇다. 원내 의석수로 따지면 조국혁신당이 '3'이라는 숫자의 주인 아니냐고? 조국혁신당은 과거 재보궐선거와 이번 대선에서 연달아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고 있어 독립적인 3지대로 보기 힘들다.

아울러 코에이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시리즈에서 손씨 세력이 주황빛이 좀 감도는 붉은색이 상징색인걸 감안하면, 국내 정당 중 개혁신당의 당색 '개혁오렌지'가 가장 가깝다.

▶그리고 이준석 후보의 서사가 손견의 중원에서 우상향하던 시절, 결국 중원에 자리잡지 못해 강동에 터를 잡은 시기를 연상케 한다.

손견이 황건적의 난과 반동탁연합에서 대활약을 펼친 건 이준석 후보가 2021년 재보궐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청년층을 집결시켜 오세훈 시장 당선에 일조한 데 이어 국민의힘 초대 당 대표로 2022년 20대 대선(윤석열 대통령 당선) 및 같은 해 8회 지방선거(광역단체장 국민의힘 12명, 더불어민주당 5명 당선)까지 연전연승을 거둔 시기와 매칭된다.

여기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서사는 낙양에서 옥새를 발견해 원술에게 준 손견의 일화에 풍자의 성격을 꽤 곁들여 비유 소재로 삼을 수 있다.

참고로 원술은 손견을 끊임없이 의심했고 특히 동탁으로부터 낙양까지 수복하며 '손견이 너무 잘 나가자', 견제 차원에서 군량 보급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역시 국민의힘 당 대표 시기 이준석 후보와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여러 에피소드들을 꿰는 비유 소재.

결국 중원으로 진출하지 못한 손견은 강동으로 돌아와 제3세력으로의 기틀을 다진다. '강동 군벌 스타트업'인 셈인데,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에서 '쫓겨난' 후 바닥에서 다시 시작한 개혁신당과 닮았다.

윤석열(1960-), 원술(155-199).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윤석열(1960-), 원술(155-199).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손견은 원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죽었다.

이에 아들 손책은 힘을 키워 원술로부터 독립, 멀리서 조조도 신경쓸 만큼 세력을 키웠다. 다만 젊은 나이에 죽는데, 동생 손권이 뒤를 이어나간다.

그래서 여기서부턴, 이준석 후보가 손견을 넘어서는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발탁돼 일명 '박근혜 키즈'로 살다 국민의힘 초대 당 대표에까지 올랐으나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 시기까지를 손견이 원술(윤석열)을 극복한 '대체 서사'에 비유할 수 있는 것(참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뗀 것도 마찬가지로 비유할 만한 부분).

이어서는 손책과 손권을 합쳐 비유할 수 있다. 개혁신당 창당과 첫 국회의원 당선에 곧장 이은 대권 도전의 과정은 손책·손권이 아버지 손견의 유지를 발전시켜나가는 서사와 닮았다. 그 다음은 온전히 이준석 후보와 개혁신당의 몫이다.

▶생각해 볼 문제=지금 이준석 후보는 어디쯤 서 있을까? 이번 대선은 적벽대전일까? 그렇다면 손·유연합군도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