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아이들을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다.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48세 여교사가 1학년 김하늘 양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참담(慘憺)하고 고통스럽다. 경찰 수사가 진척돼야 전말을 알 수 있겠지만 교육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교사의 심리적 이상 징후를 알고 있었음에도 적극 대처하지 않은 정황 탓이다.
여교사는 우울증으로 6개월 휴직 신청을 했지만 20일 만인 지난 연말 조기 복직했다고 한다. 교원도 인간이니 심리적 불안정 등으로 휴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상대하는 업무 특수성을 감안하면 복직 판정이 서류 평가로 그친 점은 매우 아쉽다. 현저(顯著)해 보이는 심리적 불안정은 어느 곳에서든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복직하는 데 이상 없다'는 의사 소견서에 의존도를 높일 게 아니다. 학교에는 입체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보완 장치가 충분하다. 동료 교사, 학부모 등이 행동 양태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감정 폭발을 동반하는 병환(病患)은 어린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렵기에 보다 특별하게 다뤄져야 한다. 영유아기를 벗어난 10세 이하 저학년에게 교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복직 요건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교육 당국의 판단은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사건 며칠 전에도 여교사가 "함께 퇴근하자"는 동료 교사에게 폭력적으로 헤드록을 걸고 손목을 강하게 휘어잡는가 하면, 업무 포털 접속이 빠르지 않다며 컴퓨터 일부를 파손했다는 걸 교육 당국은 진작 알고 있었던 터다.
학교 측이 여교사에게 휴직을 강하게 권고했고 교육청에도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같은 병력으로 더는 휴직이 불가능하다"는 게 교육청의 답변이었다고 한다. 교육지원청 장학사가 사건 당일 오전 현장 점검을 나와 분리 조치를 권고했다지만 교육 당국이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적격 교원을 걸러 낼 기구인 '질환교원심의위원회'도 열릴 수 없었다. 의무가 아닌 데다 조건에 안 맞았다는 해명이 나온다. 황당한 사고에 핑계가 넘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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