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창] 변화와 혁신 그리고 상생

입력 2024-08-22 13:01:56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변화와 혁신은 생명체의 근본 속성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조현욱 옮김, 2015년)에 의하면 지구는 45억 년 전에 형성됐고 그 후 생명체는 38억 년 전에, 인류의 먼 조상은 250만 년 전에, 인류의 직접 조상 호모 사피엔스는 30만 년 전에 생겨나 그때부터 진화를 시작했다. 길게는 38억 년, 짧게 잡아도 250만 년에서 30만 년 동안 변화와 혁신을 해온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는 속(屬)의 이름이고, 슬기로운 자라는 뜻의 '사피엔스'는 종(種)의 이름이다. 호모 속에는 본래 사피엔스 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이라고 불리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플로레스 섬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등 최소 일곱 종이 더 살았다.

그런데 비교적 늦게까지 생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은 3만 년 전에, 플로레스 섬사람도 1만 2천 년 전에 사라졌다. 이렇듯 호모 속에 속했던 다른 종들이 모두 멸종의 길을 걸었지만 사피엔스만 1만 년 이상 지구를 지배해왔다.

호모 사피엔스, 즉 인류가 만물의 영장으로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비결을 다음 세 가지에서 찾는다. 첫째는 사고와 언어, 둘째는 소통과 협력, 셋째는 변화와 혁신이다.

첫째, 인류를 250만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뇌의 부피가 두 배 이상 커졌다. 질적으로는 고급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제일 바깥층인 신피질이 다른 동물에 비해 크게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생각의 중추인 전두엽 피질이 폭발적으로 발달했다.

그 결과 현재적이면서 비현재적인, 즉 현재는 물론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현장적이면서 비현장적인, 즉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인류는 구체적인 것은 물론 추상적인 것도 사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시에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수도 있게 되었다. 브라운대 리버만 교수는 '오직 인간만의'(1989년)에서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을 비교한 결과 인류와는 달리 네안데르탈인은 두개골 구조상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언어 사용 능력의 부재가 네안데르탈인을 파멸로 이끈 것이다.

둘째, 인류는 소통과 협력을 할 줄 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표현하며, 소통한다. 네안데르탈인들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근육이 발달했고 체격이 더 컸으며 추위에도 더 잘 적응했다. 그러나 개인이나 소수 집단생활에 머물렀고 의사소통이나 협업이 부족했다.

그런데 인류는 상대적으로 왜소했지만 의사소통에 능했고 보다 큰 무리를 형성했으며 협업을 통해 작전까지 펼칠 수 있었다. 그래서 힘센 코뿔소 무리 등을 이겨냈듯 네안데르탈인도 쉽게 정복할 수가 있었다.

끝으로 인류는 변화와 혁신의 동물이다. 삶은 정(靜)적인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 즉 프로세스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변해가듯이 우리 삶도 변해간다. 여기서 변화는 '작은' 변화를 뜻한다. 작은 변화가 쌓여 큰 변화가 되지만 그것은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고 우리가 느끼기도 힘들다.

그래서 인류는 작은 변화에 곧잘 권태를 느끼고 보다 큰 변화와 개혁을 통해 새로운 것을 추구해왔다. 역사에 획을 그은 사건들은 대개 혁신과 개혁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류 생존 비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소통을 통해 대립 대신 협력을, 반목(反目) 대신 협치와 상생(相生)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또한 생존과 번영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부단하게 추구하라는 점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즉 매일매일을 새롭고 변화된 모습으로 맞이하라! 일신우일신하는 개인과 사회에는 권태가 있을 수 없으며 새로운 것들로 충만하고 삶은 역동(力動)할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협치와 공영(共榮)을 도모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일신우일신하고 있는가? 우리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라는 말을 공복(公僕)들과 선출된 권력자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민의를 잘 받들되, 쓸데없는 정쟁과 이념 논쟁, 그리고 갈등을 부채질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민생을 살릴 수 있는 변화와 혁신 그리고 상생을 밤새워 궁리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