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그동안 반대 입장을 고수(固守)해 온 정부·여당의 상법 개정안과 소비 쿠폰 추경안에 대한 입장을 합의 기조로 바꿨다. '전 국민 지급'에 대해 반대하다 정부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13조원 규모의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지급 추가경정예산안을 더불어민주당과 합의 처리했다. 또 강력 반대하던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급선회했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 1소위를 거쳐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소수 야당으로서의 한계와 현실을 직시(直視)하지 않을 순 없다. 거대 여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막아낼 재간(才幹)도 없다. 그러나 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여당 시절 결사반대했던 법안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였지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까지 했던 법안이다. 악법이라며 거부했던 법안을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합의 처리 노력하겠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다'는 말인가. 아무리 문제점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당의 정강정책(政綱政策)을 하루아침에 뒤집을 정도로 국민의힘엔 최소한의 원칙도 소신도 없는가. 이 법안을 반대할 전략, 콘텐츠, 명목을 만들어 낼 능력이 없는 탓이 아닌가.
국민의힘의 빈약한 전투력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래도 야당(野黨)이면 야당으로서의 최소한 야성(野性)은 보여 줘야 한다. 야당이 된 지 한 달이 되도록 전투력은 고사하고 야성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다. 민주당의 야당 시절과는 비교 불가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첫해 국회 예산안 시정 연설 땐 보이콧하며 아예 본회의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이듬해 국회 연설 땐 인사를 청해도 고개를 돌리거나 악수도 거부하고 야유하며 '대통령 그만두지 왜 왔냐'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윤 정권 초기 내각 인사청문회 때도 가공할 만한 화력을 보여 줬다. 김인철, 정호영 등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여러 결격 사유에도 앵무새처럼 똑같은 지적만 되풀이하다 결정타 한 번 날리지 못하고 끝냈다.
민주당의 행동이 옳다거나 국민의힘이 야당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실력 행사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정부·야당에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딴지만 거는 것도 옳지 않다. 정책이든 인사든 사사건건(事事件件)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면 국정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보게 된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여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정당하고 강력한 견제와 지적은 야당의 핵심 임무다. 아무리 의석수가 적다 해도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민주당은 보기 민망할 정도였고, 야성이 과하다 못해 흘러넘쳤지만 야당의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원칙도 전략도 전투력도 결기도 없다면 최소한의 야성이라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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