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들은 흔히 여객선 항로를 '뱃길'이라 칭한다. 뭍(육지)과 연결하는 '도로'로 보기 때문이다.
도로는 국민 삶과 밀접하며, 섬 주민에게는 의미가 큰 생명줄이자 복지다. 이 때문에 울릉도와 흑산도 등 섬 주민들은 뱃길을 넘어 하늘길이 열리기를 열망하고 공들여 왔다.
지난 2010년대 울릉도에선 여객선이 100일 넘게, 사흘에 한 번꼴로 결항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하늘길이 생명길이라는 인식이 더욱 컸다.
우여곡절 끝에 2020년 연말 울릉공항이 착공했다. 그러나 최근 주민들의 열망과 달리 이상 징후가 흘러나온다.
지난달 23일 남한권 울릉군수를 비롯한 군청 관계자들이 울릉공항 건설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일이다. 군청 한 간부는 울릉공항을 가리켜 "당초 계기비행(계기활주로)으로 설계한 것을 시계비행(비계기활주로)으로 설계를 변경하고 있는데 그러면 항공기 결항률이 대폭 증가한다. 안전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울릉공항의 안전성과 결항률에서 나온다. 공항 착공 당시 1천200m급 소형공항이라 비행기 이착륙 시 안전성 우려가 나왔다. 국토부는 50인승 비행기의 이착륙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시계비행이 아닌 계기비행시설(ILS)을 채택, 항행 안전성과 결항률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입장과 현 상황이 정면 대치된다.
당초 울릉공항에는 계기비행을 채택해 50인승 소형 비행기를 운항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국토부는 더 크고 무거운 비행기 운항을 검토 중이라 알려졌다.
이를 위해 시계비행으로 바꿔 운항토록 하면 안전성은 낮아지고 결항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울릉공항에 계기활주로를 적용했을 때 결항률을 8.7%로 예상했다. 매일신문 입수 자료에 따르면 시계비행을 적용할 시 결항률이 무려 26%로 늘어난다. 이런 결항률은 2016∼2020년 연평균 울릉도 선박 결항률 22.1%보다 높은 수치다.
상황이 이런데도 50인승보다 큰 비행기를 운항할 경우 울릉공항은 결항률이 여객선보다 더 높은 공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공항 관계자들은 현재 공항 설계 규모에서 50인승급보다 큰 비행기를 운항하려면 항공기 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항공유 급유량과 승객의 짐마저 줄여야 해 안전성과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비행기에 맞추고자 활주로 폭과 길이를 키운다 해도 공사비와 기간이 문제된다. 공사비가 일정 부분 증가하면 예비타당성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런 탓에 당국은 공사비를 늘리는 대신 공항 크기를 그대로 두고 시계비행을 채택하고자 설계 변경을 하려는 모습이다.
울릉공항을 보면 바뀌는 정책에 시설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느낌이다. 준공해 놓고 조종사와 주민이 외면하는 유령 공항이 되지 않으려면 울릉군은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주민들은 최대한 안전하고 결항률이 낮은 공항을 염원한다. 여객선보다 결항률이 높은 비행기는 이용객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그러면 경제성까지 떨어질 수 있다.
며칠 전 세월호 침몰 10년을 맞았다. 6천825톤의 큰 여객선이 힘없이 침몰한 이유 가운데는 정부가 해운업계 편을 들어 여객선 선령 제한을 30년으로 바꾼 점도 한몫했다.
국민들은 기억한다. 안전은 협상 대상이 아니란 것을, 그리고 문제는 결항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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