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논공중, 지난달 28일 'IB 월드스쿨' 인증 선포식
학급 교실, 특별실서 다양한 교과과정 참관수업 진행
대구 달성군 논공중학교에서 지난달 28일 IB MYP(국제 바칼로레아 중학교 프로그램) 과정 'IB 월드스쿨' 인증 선포식이 열렸다.
IB(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인 IB본부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서 탈피해 수행평가, 토론, 논술 방식의 과정 중심 교과과정을 지향한다.
IB 월드스쿨이 되기 위해선 준비·관심·후보학교 등 인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29개 학교가 IB 월드스쿨 지위를 획득했고 전국 후보학교 42개교, 관심학교 37개교, 준비학교도 148개교나 된다.
2021년 10월 IB MYP 관심학교로 선정돼 IB 월드스쿨로 공식 인증을 받기까지 수년간 국제적 수준의 미래 학교 교육 기틀을 다져온 논공중 현장을 찾아 IB 교육의 적용 과정을 살펴봤다.

◆스스로 답 찾아가며 생각의 폭 확장
IB 월드스쿨 인증 선포식에 앞서 교육 관계자·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8개 학급 교실과 특별실에서 영어, 과학, 음악 등 다양한 교과과정의 참관수업이 운영됐다.
후관 3층 메이커실에서 김희환 교사가 '삶을 담다, 미래의 집'이라는 주제로 주거 공간 디자인 활동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미래에 살고 싶은 집을 직접 그린 도면을 바탕으로 태블릿 PC에 좀 더 입체적이고 구체적인 설계도를 만드느라 바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은 주택의 다양한 기능(function)에 대해 사실적, 개념적, 토론적 질문을 만들어 보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갔다. 예를 들어 '주택의 기능은 어떤 것이 있는가'가 사실적 질문이라면, 토론적 질문은 '주택 건축에서의 다양한 기능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묻는 식이다.
본관 3층 3학년 2반 교실에서는 현지호 교사가 '세계적 상호작용'이라는 핵심 개념을 바탕으로 '권리'와 '형평성'이라는 개념을 학생들에게 이해, 확장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각 조별로 흥부와 놀부, 헨젤과 그레텔, 선녀와 나무꾼 등 하나의 전래 동화를 선택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당한 인권침해 내용과 권리 회복을 위한 해결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 외에도 다른 교실에서 학교신문 상징 제작하기, 자연 환경과 문명의 특징 분석하기, 우쿨렐레 연주하기 등 다채로운 활동이 진행됐다. 수업 중 자거나 '딴짓'을 하는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활발한 토론 활동으로 다져진 협동심
학생들은 내적 성장과 탐구 능력 향상을 위해 실시되는 다양한 형태의 수업과 융합 교육을 IB 교육의 장점으로 꼽는다. IB 프로그램에서는 중학교 과정인 MYP부터 간학문 과목(서로 다른 학문을 연계하는 교육과정)을 실시해야 한다.
학생들의 이해도와 흥미를 높이기 위해 역사, 음악 등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과목들을 유닛(교과 단원)별로 묶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3학년 황준표 학생은 "2학년 때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와 음악을 함께 배운 적이 있다"며 "시대적 배경에 따라 작곡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음악을 만들었을지 생각해볼 수 있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탐구와 토론·토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포용력과 협동심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2학년 학부모 이은주 씨는 "어느 하나가 정답이 아니라 '이 친구는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구나'하며 서로 협의하며 중간점을 찾아가는 태도를 기를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3학년 황윤정 학생은 "모둠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며 "내가 부족한 부분은 친구에게 물어보고 서로 도와주며 학습 능력을 높여갈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단순 지식 아닌 인생의 나침반 되길
논공중은 '사회의 공동선에 기여하는 실천적 탐구자를 기르는 학교'를 비전으로 삼아 따뜻한 품성을 가진 창의·융합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학교에서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IB 학교에서의 학습 경험이 실제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유용하게 적용되기를 바라는 것.
이미 학교의 비전에 영향을 받아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학생도 있었다. 3학년 김다연 학생은 학교 밖에서 사회에 진짜 영향을 미치는 활동들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IB 교육을 만난 후 여러 사안들을 직접 조사하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며 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한다.
IB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이진영 교사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스스로 해석해 보고 입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다"며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삶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임 논공중 교장은 선포식 기념사에서 "1998년 개교한 논공중학교는 26년이 지난 2024년 새봄을 맞아 IB 월드스쿨로 또한번의 개교를 하게 됐다"며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도 변함없이 사회의 공동선에 기여하는 인성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터전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2026년까지 IB 교육 보급률을 전체 학교의 3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IB 관련 국제 학술대회인 아시아태평양 권역별 글로벌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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