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항복 후 美·소련 분할 점령 결정…군인 4만5천여명 입성 미군정 시작
대구 곳곳 해방군맞이 환영식 시끌
일본군 무장해제와 치안 유지 업무…정책 결정 日 관리들에 의존 부작용
1945년 8월 6일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 했습니다. 참전 약속을 미루던 소련은 8일 그재서야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북한으로 진군했습니다. 9일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자폭탄이 터지자 15일, 일본 천황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뿐, 미국과 소련이 이 땅을 분할 점령키로 했습니다.
9월 8일 새벽, 미 육군 24군단장 하지 중장이 대군 4만5천여 명을 이끌고 인천에 상륙했습니다. 9일 오후 4시 하지 중장은 조선 총독 아베 노부유키 대장으로부터 항복 문서를 받았습니다. 오후 4시 30분 중앙청에 일장기가 내려오고 성조기가 올라갔습니다. 미군정(美軍政)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남한 점령 사령관은 하지 중장. 그는 조선 총독부 대신 설치한 미군정청에 아놀드 군정장관을 임명하고, 미군정청 만이 남한에서 유일한 정부임을 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지에 군정 관리와 미군을 급파했습니다. 부산(9월 16일), 청주(17일), 춘천(20일), 전주(29일)에 이어 10월 1일, '헨' 대령이 이끄는 미군 제1진이 대구에 입성했습니다.
이날 대구는 '해방군' 맞이로 시끌했습니다. 환영식이 열린 대구역 광장에는 각계각층이 들고 온 플래카드가 물결을 이루고, 농악대를 앞세운 환영 인파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이들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지프차 뒤로 기계화 부대, 보병 부대를 태운 미군 트럭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비스듬히 쓴 모자, 헐렁한 군복.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웃는, 코가 큰 서양 군인들…. 짚차며 트럭, 장갑차 모두 처음 보는 구경거리여서 역 광장은 환영 반 구경 반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시민들이 입에도 익지 않은 '웰컴'을 외치자 미군들은 손을 들어 '땡큐'를 연발했습니다.
이들의 첫 임무는 일본군 무장해제. 이튿날인 2일, 존스 대위 일행이 일본군 주둔지 80년대(현 대구 이천동 미군부대)로 향했습니다. 80연대장 일본군 대좌는 참모 거느리고 정문 안 오른쪽 2층 목조건물 앞에서 전승군을 영접했습니다.
식민지 민족에 군림하던 거만한 위엄은 간데없고 고양이 앞 쥐처럼 고분고분 기가 죽은 일본군. 무장해제는 식은죽먹기였습니다. 일본군은 군도와 총을 뺏겨 하루 아침에 장남감 군대로 전락했습니다.
미군은 이어 경북도청, 대구부청 등 관공서를 접수했습니다. 10월 중순 미 육군 헨 대령이 경북지사로, 존 콘치 대위가 대구부윤(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대구와 경북에도 미군정이 시작됐습니다. 이 무렵 일본인 재산, 적산(敵産)을 둘러싼 폭력이 난무했습니다. 범죄는 급증하고 치안은 마비됐습니다.
김관제 등 좌익 인사들이 건국준비위원회 경북지부를 결성하자, 서상일 등 우익 인사들도 즉각 경북치안유지회를 조직했습니다. 영남보안대, 건국보안대, 건국청년단, 국군준비대 등 완장을 찬 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나자 미군정이 대책에 나섰습니다.
존 콘치 대구부윤은 이들에게 치안유지에 앞장설 것을, 옵저버로 참석한 일본인 대표에겐 재산 도피·매매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단체가 점차 정치색을 띠자 미군정은 10월 23일 모든 단체에 해산을 명하고 치안은 경찰이 전담토록 했습니다. (매일신문 1975년 8월 1일~8월 15일 자)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돼 미군정은 막을 내렸습니다. 정부 수립에 미군정의 공이 컸지만, 남한 실정에 어두워 정책 결정은 대부분 구 조선총독부에 의존했습니다. 일본 관리들은 자국에 유리하도록 애국지사들을 깍아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탈도 참 많았습니다.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마라, 일본놈 일어나고 되놈(중국) 되(다시) 나온다…." 해방 직후 민초들은 이런 노래로 속을 삭였습니다. 광복 80년. 지금은 또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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