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걱정 마세요" 24시간 분주한 경상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입력 2024-04-03 16:50:32 수정 2024-04-03 21:27:34

경상권 5개 권역 응급환자 적정 병원 이동 지원…많게는 25곳까지 전화
의료공백 상황으로 예정보다 일찍 개소…향후 상황의사 수급이 관건

2일 대구 중구 경상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상황의사와 상황요원이 지역 응급 의료 상황을 살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일부터 비상 진료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대응 상황실을 4개 권역별 광역 상황실(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로 전환해 운영을 시작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일 대구 중구 경상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상황의사와 상황요원이 지역 응급 의료 상황을 살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일부터 비상 진료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대응 상황실을 4개 권역별 광역 상황실(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로 전환해 운영을 시작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3일 대구 중구에 위치한 경상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 한 상급종합병원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대장에 문제가 생겨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 환자인데 이를 맡을 전문의가 병원 사정으로 없어 다른 병원으로 급히 옮겨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상황실은 응급의료종합상황판과 병원 데이터 등을 뒤져 5, 6곳의 종합병원에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여섯 번째로 통화한 병원에서 환자의 수술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환자가 갈 수 있도록 병원을 연결시켜줬다. 구급차는 상급종합병원에 있던 환자를 10여분 만에 상황실이 연결시킨 병원으로 이송했고, 환자는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일 경상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상황실)이 대구에 문을 열었다. 지난달 4일 의료공백으로 인한 비상진료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서울에 임시로 개소한 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상황실이 각자의 지역으로 찾아가 문을 연 것이다.

대구에 위치한 경상권 상황실은 대구 뿐만 아니라, 부산, 울산, 경남, 경북 등 경상권 5개 광역자치단체의 응급환자들의 병원 간 전원을 돕는다. 응급실에서 진료 중인 환자의 전원이 필요한 경우 해당 응급실의 의료진이 상황실에 전원 지원을 요청하면, 환자의 중증도, 해당 병원의 최종치료 가능 여부 및 병원 역량 등을 고려, 권역 내에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아 연결한다. 최근에는 의료공백 상황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 또는 전문병원으로 응급환자를 이동시키는 사례가 부쩍 많이 늘었다.

상황실이 하루에 처리하는 응급환자 전원 요청은 평균 10여건이다. 이 숫자가 적어보일 수 있지만 한 건을 처리하는 데 권역 내 수십개의 병원 상황을 확인해야 하고 환자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모두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하루에 10번 겪는다고 보면 적은 숫자라 볼 수 없다.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정책실장은 "어떤 경우에는 병원을 찾기 위해 25곳까지 통화한 적도 있다"며 "경상권이 지역이 넓고 세부 권역마다 사정이 각기 다른 곳이 많아 전원 의뢰가 타 지역보다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상황실은 24시간 운영되며, 상황실마다 상황의사 1명과 상황요원 2~4명이 한 조로 교대근무한다. 그래서 향후 의사 인력 수급이 숙제로 남아있다.

김정언 실장은 "상황의사 대부분은 응급의학과 의사들 중 지원을 받아 당직근무 형태로 근무하는데, 의료공백 상황 이후 의사 지원을 받을 수 없어 공중보건의 차출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의료공백 상황이 끝나고 공중보건의가 본래 근무지로 돌아가면 지원할 상황의사를 구할 수 있을지가 상황실 유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