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 수확기가 다가오면서 쌀농가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쌀 생산량은 많고 소비는 줄어 쌀값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경북농협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경북에서만 7만7천t에 이르는 조곡(粗穀)이 쌓여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쌀(80㎏) 산지 가격은 17만5천672원으로 전년 동기(22만3천 원)보다 20.5%가량 내렸다.
올해 풍년이 예상돼 햅쌀 출하를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비룟값과 유류대 등 생산 원자잿값은 2배, 인건비는 30%가량 올랐다. 수매가격이 인하된다면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3차례 2021년산 벼를 시장격리했지만 쌀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뒤에 단행한 조치여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게다가 '도별 공개경쟁입찰 방식' 탓에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더 이상 쌀값 하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쌀 가격 하락은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정치권,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쌀 소비 운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지만 쌀 소비 운동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제적으로는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귀중한 식량인 쌀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과잉 공급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구곡 재고를 공공격리 방식으로 추가 수매할 필요가 있다. 적정 매입 시기를 놓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효과를 얻지 못한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올해 수매 시기쯤에도 20만t의 쌀이 남을 전망이어서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 속에 쌀 산업은 식량 안보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쌀값 하락세가 잡히지 않으면 농민들의 쌀 농사 포기가 잇따를 것이다. 쌀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늘어나면 식량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쌀값 하락 방지 등 쌀 산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벼 생산량을 지켜본 뒤 가격이 떨어지면 뒤늦게 격리에 나서는 땜질식 처방은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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