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선박 등 주요 수출 품목의 호조세(好調勢)에 힘입어 11월 수출(1~20일)이 전년 동기보다 6%가량 늘었다. 월간 수출액은 14개월 연속 증가세이고, 18개월 흑자 기조도 충분히 달성할 전망이다. 반도체(42.5%), 선박(77.1%)이 성장을 주도해 무역수지도 약 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중소기업들은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75%가량이 수출 증가를 예상했다. 자체 경쟁력 확보 외에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개선, 주요 수출국 경기 회복 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2%로 하향조정했고, 내년 성장률도 2.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호조에도 내수 회복이 늦어져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다. 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들겠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 높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경제 전망도 4분기 들어 다소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기 회복 흐름' 표현을 '완만(緩慢)한 경기 회복세'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통상 환경 변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에 머물자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서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높은 가계부채와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를 꼽았다. 어느 것도 해결이 쉽지 않다. 가계부채는 문제가 터지면 금융시스템을 뒤흔들 정도로 파장이 크겠지만 발생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관세 장벽과 자국 우선주의 등 미국의 정책 변화는 직면한 사태다. 무역적자 해소와 자국 제조업 부흥을 천명(闡明)한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까지 요구할 수 있다. 중국산 저가 공습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철강 산업은 고율 관세나 쿼터(수출 할당량) 조정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수출 증가에 반색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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