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허위사실공표죄 등을 삭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허위사실공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 유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가 그다음 날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는 희한(稀罕)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속 의원은 대표가 구제되는 법안을 내고 대표는 맞장구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자 특정인을 위해 법을 만드는 '위인설법'(爲人設法)이다.
판사 출신인 박희승 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은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하루 전인 14일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삭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15일에는 피선거권 박탈(剝奪) 당선무효형 기준을 현행 벌금 1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개정안 발의가 미리 보고됐는지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15일 민주당 채현일·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주최한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며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허위사실공표죄는 사라져 이 대표가 2심 재판을 받는 도중 면소(免訴·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이 대표로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두 개정안 모두 법 공포 3개월 이후 시행하도록 한 것은 이를 노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년에 있을 대법원 확정 판결 이전에 이 대표를 풀어 주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개정안이 시행될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 등 야당이 개정안을 통과시켜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 의석만으로는 재의결(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민주당의 일방적 공직선거법 개정 시도는 그 자체로 '입법권 남용'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선거제도의 공명성(公明性)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마땅히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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