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최근 한 시민단체에서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미술관이 특정 계층을 위한 공간 같다며,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을 전해 들었다. 깜짝 놀랐다. 특정 계층은 누구고,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혹시 미술작가들을 특정 계층으로 생각한 걸까.
그림 그리고, 만드는 것이 좋아 미대에 진학했지만,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갈 자신은 없었다. 이후 미술사와 같은 이론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큐레이터란 직업을 선택했다. 큐레이터란 직업이 작가보다 돈을 잘 버는 직업은 아니지만, 소심하게 창작만 하는 작가를 대신해 그 가치를 소개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나름의 긍지였다.
특히 시각예술의 모든 매체를 골고루 좋아했기에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많은 작가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원로, 중진, 신진작가들을 고루 만나면서 작품을 팔아서 생계를 꾸리는 작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창작을 하는 작가들은 본인의 일이 좋아서, 힘들지만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감수하며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미술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작품을 전시해 돈을 벌 수 있을까.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미술창작 대가 기준(안)이 마련되었다. 미술 창작에 대한 존중의 의미와 전시 참여에 대한 보상의 개념으로 작가들에게 저작권료를 기준으로 한 사례비를 지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또한 기관의 예산 규모에 따라서 적용의 범위와 금액은 상이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작가들에게 돈을 주는 예는 거의 없었다. 이유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나중에 팔 수 있으니 미술관에 고마워하라는 식이었다.
작품을 팔기도 쉽지 않아서, 대부분의 작가는 시간 강사를 하거나 부업을 해야 한다. 젊은 작가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운다. 작가들에게 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은 생애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작품세계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자 한다.
작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부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아트페어에서 성과가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긴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 듯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술시장에도 불황이 찾아왔다. 언론은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이 얼마 팔렸다는 소식은 크게 다루면서도, 미술계에서 전시나 작가의 작품이 어떤 이유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경우는 적다. 그렇다면 미술의 가치나 예술성은 돈과 비례하는 걸까. 경제만 우선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예술이나 철학은 존재할 자리가 미약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알아 볼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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