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

입력 2022-04-19 15:21:31 수정 2022-04-19 16:54:12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지난 3월 24일 팝스타 마돈나가 "나도 마침내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에 들어왔다" "내 원숭이!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라고 트윗을 하나 올렸다. 마돈나가 구입한 이 원숭이는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이라고 명명한 1만 개의 원숭이 프로필 사진 모음 중 하나로 패리스 힐튼, 에미넴 등 영미권 스타들이 구입한 대표적인 NFT(대체 불가능 토큰) 중 하나다. 마돈나는 이 사진 한 장을 180이더리움, 우리 돈 약 5억6천만 원 정도에 구입한 것이다.

NFT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사진, 비디오, 오디오 및 기타 유형의 디지털 파일로 공유하면서 상호 교환할 수 없는 토큰으로 메타버스 내 소유권을 증명하고 등기부등본 역할을 하게 된다.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이 만든 NFT 열풍은 메타버스 부상의 산물이다.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만큼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하다 보니 나만의 가상 자산을 구입, 소유하려는 열풍이 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므로 가격이 0에 수렴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NFT와 결합하면서 우리 상식을 뒤엎은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 이렇게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융합과 공유에 기반한 기하급수적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변화에는 산술급수적 변화와 기하급수적 변화가 있다. 산술급수적 변화가 1, 2, 3, 4, 5와 같은 더하기의 세계이고 상식의 세계라면, 기하급수적 변화란 1, 2, 4, 8, 16…과 같은 곱하기의 세계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상식이 적용되지 않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기하급수적 변화는 예측 가능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첫 번째 걸음이 1m, 두 번째가 2m, 세 번째가 4m, 네 번째가 8m, … 그렇게 걸을 때 30번째는 얼마나 될까? 무려 10억m이다. 29번째 걸음이면 달에 도착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를 우리가 예측할 수 있을까? 예측이 안 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빠른 감지이다. 감지를 빨리 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시선을 이제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려야 한다. 외부로 돌려진 단 하나의 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100개, 1천 개의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예전 일본에 단카이 세대라는 말이 있었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말한다. 일본어로는 단카이(だんかい·團塊)로, 퇴적암 속에서 어떤 특정 성분이 농축·응집되어 주위보다 단단해진 덩어리를 뜻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단단하게 하나로 뭉쳐진 조직이다. 이런 조직으로는 외부 변화를 민첩하게 감지할 수 없다. 조직을 구성하는 각각의 개인이 자율적으로 살아 있는 조직이라야 감지를 잘할 수 있다.

둘째는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기하급수적 변화는 1, 2, 4, 8, 16으로, 1, 2, 3, 4, 5의 산술급수적 변화와 비슷하게 가지만 어느 순간에는 예를 들어 11번째만 가면 산술급수와 100배의 차이로 커지는 가속성이 존재한다. 이 가속성으로 인해 기하급수적 변화는 통제하기 어렵다. 유일한 대응은 변화의 시작점에 올라타야 한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고 얘기한 이유이고, 경상북도가 '메타버스 수도 경상북도'를 선점한 이유이기도 하다. 변화를 선점해야 태풍을 타고 비상할 수 있다.

셋째, 계획이 작동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예측과 통제가 가능할 때는 계획을 짜고 전체 일을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마감 시간을 정하고 그 마감 시간에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는 '돌격대' '100일 작전'과 같은 일사불란한 폭포수(waterfall) 같은 접근 방식이 일처리에 가장 효율적이었다. 실제로 한강의 기적이 그런 빠른 추격자 방식 속에서 일어났고, 중동의 건설 수주가 그렇게 가능했다. 이것과 반대의 접근 방법은 '대응'에 초점을 둔 애자일(agile·민첩하게) 방식이다. 애자일은 현장의 담당자가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하며 끊임없이 반응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방식이다.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변화 앞에 계획은 무의미하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기하급수 시대가 오고 있다. 이 시대에 우리는 과거 산술급수 시대의 패러다임인 예측, 통제, 계획이 아닌 감지, 선점, 대응으로 생각하는 방법, 일하는 방법을 변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