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줄어드는 원생 수에 정부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민간시설 설 자리 잃어
"가뜩이나 원아 모자라는데 유치 경쟁마저 거세져"…운영 자율성 주고 퇴로 열어야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지속되면서 사립 유치원·어린이집이 고사 위기에 몰린 반면, 국·공립시설은 원아 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영·유아 보육시설과 아동 교육시설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출산율 저하의 유탄을 민간·사립 시설들만 고스란히 맞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62곳이었던 사립 유치원은 지난해 226곳으로 36곳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동안 국공립 유치원은 110여 곳을 유지했다.
최근 3년(2019~2021년)간 신설된 유치원 11곳은 모두 국공립 유치원이다. 새로 문을 연 사립 유치원은 지난 2018년 수성구 하늘빛유치원과 북구 메이플유치원 등 2곳이 마지막이었다.
어린이집도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국공립 어린이집 수는 137곳에서 216곳으로 79곳 늘어난 반면, 민간 어린이집은 1천185곳에서 971곳으로 214곳감소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원아 수 자체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대구시교육청이 당시 만 0~4세 자녀를 둔 학부모 9천43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치원 취원 희망 아동 수는 3만8천312명으로 전체 유치원 314곳의 정원 인가 수(4만6천949명)보다 8천637명이나 밑돌았다.
영·유아 보육시설과 미취학아동 교육시설에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구 달서구에서 9년째 사립유치원을 운영 중인 원장 A씨는 "사립유치원들은 국·공립시설보다는 교육비가 비싸지만 나름의 특화 분야와 전문성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정부가 획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게 옳은 방향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개정된 영유아보육법도 국‧공립 보육시설이 늘어나는데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2019년 9월 25일 이후 신규 입주하는 500가구 이상 아파트단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한다.
공공성 강화의 이면에는 사립 시설에 대한 규제 강화가 도사리고 있다. 원아 수에 따라 교직원 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렵고, 교육비 인상률은 1%에 묶여 있어 재정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운영하던 유치원을 휴원키로 한 원장 B씨는 "매년 원아가 10~20%씩 계속 줄었지만 교직원 수는 줄일 수 없어 부담이었다"면서 "사립유치원은 매년 교육비를 1% 이내에서 인상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재정 압박을 받는다"고 했다.
정부가 공공성 강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벼랑 끝에 몰린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의 퇴로를 열어줘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민간 어린이집이 폐원하려면 기존 원아들의 전원 조치계획서 등을 제출하고 구‧군의 검토를 거쳐야 가능하다. 사립유치원은 원생 학부모의 3분의 2가 동의를 해야 한다. 운영을 계속하기도, 문을 닫기도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에 따른 지원금도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민간 어린이집이 공립으로 전환하는 경우 1억 1천만원(가정 어린이집은 5천만원)이 일괄 지원된다.
대구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하려면 관련 규정에 따라 시설 개선이 이뤄져야하는데 현재 지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공립 어린이집을 마냥 늘릴 게 아니라 기존의 민간 어린이집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환할지 고민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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