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조롱하나?"…싱크홀 사고 유족 섭외 시도한 제작진, '사과'

입력 2025-05-01 19:20:19

3월 발생한 서울 명일동 싱크홀 사고 피해자 유족에 연락
유족 "이 사건이 예능감이냐, 패널들 얼굴에도 먹칠하는 것"
제작진 "유족에게 사과 드려, 섭외 관련 프로세스 보강하겠다"

유족이 SNS를 통해 올린 글. 인스타그램 캡처.
유족이 SNS를 통해 올린 글.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한 TV 프로그램에서 유족을 방송에 섭외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유족은 불쾌감을 강하게 표했고, 제작진은 "신중하지 못한 판단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3월 24일 오후 6시 29분쯤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영외고 앞 도로에서 가로 20m, 세로 20m, 깊이 20m 규모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 박씨가 매몰됐다가 17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가운데, 박씨의 여동생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KBS JOY 예능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작진이 보낸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메시지에는 "최근 싱크홀 가족의 유가족으로서 올리신 릴스 내용을 보고 혹시 이야기하신 내용에 대해 고민 상담 받아보실 의향이 있으실지 조심스럽게 여쭤본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락을 받은 유족은 "재밌으세요? 조롱하세요? 이 사건이 예능감입니까?. 패널들 얼굴에도 먹칠하는 거 아닌가. 상식선에서 맞나?"라며 "방송사나 언론사에는 특히나 비정상적인 사고회로를 가진 사람이 많은 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고 분노를 표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이 사건에 힘써주시고 신경 기울여주시는 기자님들, 작가님들에게 먹칠하지 마라. 참고 또 참았는데 너무들 하신다"고 했다.

그간 박씨의 유족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족을 잃은 비통한 심경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살면서 가장 큰 고통을 느끼는 순간이 지금일까"라며 "어떤 보상이 우리 가족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냐"고 슬픈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족의 반발에, 제작진은 "저희가 조심스럽게 여쭤본 섭외 제안이 불쾌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며 "저희 프로그램은 시청자 분들에게 웃음을 드리는 예능 프로그램인 것을 떠나,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고민 내용에 대해 다루는 '고민 상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때문에 시사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 그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도 힘이 되어보고자 이전에도 섭외 제안을 드렸던 적이 있다. 생각하신 것처럼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위한 섭외 의도는 아니었음을 정중하게 설명드린다"며 "깊은 슬픔 속에 잠겨계실 유족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또한 한 언론에 "싱크홀 피해 유족에게 섭외 연락을 드린 건 사실이다. 이후 신중하지 못한 판단이라는 생각에 유족에게 사과를 드렸다"며 "섭외와 관련한 내부 프로세스를 보강하겠다. 다시 한번 이번 일로 피해자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과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