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빈소에서 행패 부린 전장연…천주교가 움직였다

입력 2025-05-02 06:12:12 수정 2025-05-02 09:33:09

지난 18일 서울 혜화동 성당에 무단 침입해 대형 현수막을 건 전장연. 천주교
지난 18일 서울 혜화동 성당에 무단 침입해 대형 현수막을 건 전장연. 천주교

천주교가 지난 4월 여러 차례에 걸쳐 성당에서 행패를 부린 전장연을 향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전장연은 부활절주 성금요일인 지난 18일 서울 혜화동 성당에 무단으로 탈시설 주장 문구를 거는가 하면 지난 24일 경기 수원 정자동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선종을 애도하는 빈소 내부로 들어가 기도 중인 신자들 앞에서 점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가 30일 서울 혜화동 성당에서 탈시설 정책의 허구성을 알리는 첫 강연을 열었다. 전장연과 민주당, 일부 시민단체가 밀어붙이고 있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허구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장애인은 장애 정도에 따라 크게 경증장애인과 중증장애인으로 나뉘는데 중증장애인은 가족조차 돌보는 게 쉽지 않아 정부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마련하고 지원해 왔다. 그런데 전장연은 장애인 거주시설을 '수용시설'이라고 악마화하며 탈시설을 부추기고 있다.

천주교 산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 대표이자 천주교주교회 사회복지위원회 총무였던 이기수 신부는 이날 강연에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은 자립이라는 이름 아래 다수의 발달 장애인을 시설에서 '강제 퇴소'시키고 있다.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는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은 퇴소 이후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리다 결국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에서 전장연 등 장애인 인권단체라고 하는 사람들은 중증 발달장애인을 강제 퇴소 시키기 위해 동의서를 위조하고 의료진의 퇴소 반대 의견 등을 묵살했다"며 "가족과 당사사 의사는 철저치 배제한 채 장애인은 시설에 있으면 비정상이고 집에 있으면 정상이라는 단순한 구호로 장애인들을 죽음에 내몰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경기 수원 정자동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에서 기도하는 신자들을 앞에 두고 전장연이 탈시설 촉구를 위한 기습 집회를 연 모습. 천주교
지난 24일 경기 수원 정자동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에서 기도하는 신자들을 앞에 두고 전장연이 탈시설 촉구를 위한 기습 집회를 연 모습. 천주교

천주교에 따르면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서울시는 탈시설 시범사업 명목으로 중증 발달장애인 1200명을 시설에서 강제 퇴소시켰다. 이 가운데 약 700명을 실태 조사한 결과 24명이 사망했다. 이 신부는 "조사가 안 된 500명은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과 전장연 등 일부 장애인 인권단체는 문재인 정권 때인 2019년부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장애인 탈시설 가이드 라인'을 근거로 탈시설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이 신부는 "전장연과 민주당, 보건복지부 등은 유엔의 일반 논평 가운데 아주 일부 문구만 선별해서 장애인 탈시설 근거로 이용하고 있다"며 "장애인 탈시설 가이드 라인은 사실상 장애인 본인 의사와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고 시설 중심의 생활을 강요하지 않을 의무를 말하고 있는 것이지 마치 모든 장애인을 자기 의사와 상관 없이 모두 시설에서 내쫒으라고 규정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장연 등이 천주교를 공격하는 이유는 장애인 탈시설을 통해 엄청난 장애인 예산을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쓸어 담을 목적"이라며 "더이상 교회와 일반 신도들이 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기적인 '중립'이나 '침묵'으로 일관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전장연이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제62차
전장연이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제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4월 8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연합뉴스

전장연은 최근 1년여 만에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 21일 오전 8시45분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동대문 방면 승강장에서 제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 나서 지하철은 10여분간 출발이 지연됐다.

이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약자는 무조건 옳다는 생각은 틀렸다"며 '전장연 방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