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삼국지] 이준석과 마속

입력 2022-01-01 17:03:10 수정 2022-01-02 00:50:12

이준석(1985~), 마속(190~228). 매일신문DB, 코에이 삼국지11
이준석(1985~), 마속(190~228). 매일신문DB, 코에이 삼국지11

"마속은 말이 자신의 실제 능력을 넘어서니, 중용할 수 없소. 그대는 이 점을 잘 살피시오."

죽기 전 유비의 충고다. 이걸 제갈량은 무시했고, 감동적인 '출사표'로 출발한 촉나라의 첫 북벌은 마속이 가정전투에서 위나라 장합에게 대패하며 한마디로 '말아먹었다'.

이 북벌에서 촉나라는 전초 기지인 한중 앞 장안을 바로 치지 않았다. 멀리 돌아 서쪽의 천수·남안·안정을 먼저 빼앗았고, 이를 배후지 삼아 동쪽 장안을 치려 했다. 그러나 장안으로 가는 길목인 가정에서 제갈량이 선봉에 세운 마속이 패배, 얻은 땅 모두 버리고 후퇴해야 했다.

▶문득 대한민국 대선판이 겹쳐진다. 지금 국민의힘이 외치는 '정권교체'는 촉나라의 '북벌'과 닮았다. 북벌 당시 30대의 젊은 나이에 중용돼 선봉에 선 마속은, 역시 현재 30대이며 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맡아 선봉에 선 바 있는(현재는 사퇴) 이준석 당 대표를 떠올리게 만든다.

잠깐, 당 대표니까 촉나라 군주나 승상이나 총사령관쯤에 비유해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다. 평시와 달리 후보가 중심에 서는 전시(선거)에서는 좀 다르게 봐야 한다. 그리고 21세기 정치에서 군주는 국민, 유권자 내지는 당원이다.

아울러 가정전투에 앞서 촉나라가 확보한 천수·남안·안정이라는 기반은 올해 국민의힘이 얻은 2030 지지층에 비유할 수 있다. 멀리는 지난 4·7 보궐선거부터, 가깝게는 이준석 대표의 당선, 그리고 대선 경선을 거치며 차근차근 얻은 것이다. 2030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 촉나라나 국민의힘이나 천수·남안·안정과 2030 지지층을 전략적으로 확보한 점은 호평을 받을만하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2030의 국민의힘 내지는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가 빠지는 모습이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 이유로 여론에서 윤석열 후보 실언 논란, 부인 김건희 씨 허위 이력 논란, 이수정·신지예·김민전 선대위 영입 논란 등과 함께 비중 있게 언급하고 있는 게 일명 '이준석 리스크'다.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이탈 및 이어진 내홍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읍참마속'을 부른 가정전투의 패배 요인은 3가지다. 마속이 산으로 간 것(일명 '등산'), 지키기보다 싸워 이기려 한 것, 팀플레이가 아닌 자기 싸움을 한 것.

가정전투는 마속이 괜히 산으로 올라갔다가 장합에게 포위돼 대패한 사례다. 마속은 왜 등산을 했을까. 제갈량이 그에게 파격적으로 대군을 줘서다. 권한이 커지니 오기를 부렸다. 장안으로 가기 위한 가정이라는 핵심 교두보를 잘 지키는 임무를 넘어, 자신이 직접 장합을 쳐부수겠다고. 제갈량·조운·위연 등 백전노장 선배들과 함께 팀플레이를 해도 대국인 위나라를 상대로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는 북벌을, 적장을 직접 잡아 주인공이 되겠다는 욕심이 그르쳤다.

지금 국민의힘에 향하는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산으로 간다'가 아닐까. 또한 가장 도드라지게 진단되고 있는 패착은 2030 지지층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준석 대표에게 현재 제기되고 있는 팩트일 수도 오해일 수도 있는 단어는 '자기 정치'이다.

왕평(?~248). 코에이 삼국지11
왕평(?~248). 코에이 삼국지11

▶요즘 뉴스 댓글을 살펴보면 '웃참마속'이 대세다. 기꺼이 '웃'으며 마속의 목을 치라는 것. 또는 마속의 목을 치는 게 진정 웃을 일이라는 것이다. 마속의 목을 친다고 울어줄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읍참마속은 울며 마속을 벤다는 뜻) 가정전투에 마속을 보좌하는 부장으로 참여, 제갈량의 명령을 잇따라 무시한 마속에게 수차례 간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분통이 터진 왕평의 심정들이다.

다만, 아직 국민의힘의 대선은, 즉 북벌은 진행 중이다. 아직 가정전투가 벌어진 것이 아닐 수도, 그에 앞서 아직 마속이 왕평의 간언을 무시한 것이 아닐 수도, 그에 앞서 아직 제갈량이 마속에게 대군을 맡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역사(또는 소설(삼국지연의))를 교훈 삼아 문제를 수정할 여지는 아직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