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로 간 SK, 알았나? 몰랐나?…영주 투자 유치 실패 '자중지란'

입력 2021-09-08 10:35:05 수정 2021-09-08 19:00:56

[이슈체크] SK머티리얼즈 상주시 신규 투자 놓고 지역 정치인들 책임 공방
市가 2019년 대규모 투자 제안, 업체 市·의회에 사업계획 보고
의회선 공공투자 역제안 MOU…시민 "선거운동 그만해라…시장, 시·도의원 모두의 책임"

지난 1월 지역 정치인들과 기관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SK머티리얼즈와 투자 MOU,를 체결했다. 매일신문 DB
지난 1월 지역 정치인들과 기관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SK머티리얼즈와 투자 MOU,를 체결했다. 매일신문 DB

경북 영주에 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전문기업인 SK머티리얼즈가 상주시에 신규 투자를 결정한 것과 관련, 정치인들의 떠 넘기기식 책임 공방이 도를 넘고 있다.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막장 드라마까지 쓰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속이다. 시민들은 왜(?)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알았나? 몰랐나?

영주시는 지난 2019년 10월 대규모 투자를 위한 맞춤형 산단을 이 회사에 제안했고 이 회사는 2020년 5월 공장증설을 위한 인근부지 매입을 추진하다 불발되자 지난 3월 재 매입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또 2020년 5월 영주시의회 의장에게 4천억원 규모의 산업용 특수가스 제조공장 및 향후 사업계획(영업비밀 미 공개)을 보고했고, 2020년 6월 도지사와 시장을 만나 공장증설 협조도 구했다.

지난해 10월 23일 시장·시의장 간담회 자리를 만들어 산업용 특수가스 제조공장 및 향후 사업계획을 보고도 했다.

이영호 영주시의회 의장은 이자리에서 공장증설 대신 선비세상 위탁운영과 판타시온리조트 등 공공 투자를 역 제안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사회공헌사업으로 청년창업지원센터 설치에 100억원(SK50억원, 펀드 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영주시와 MOU를 앞두고 있다.

◆되 돌릴 수 있나?

이 회사 한 임원은 "개인기업과 공장부지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 기업은 현재 초기 투자 부지를 조성과 시설물 철거 작업중이다. 인수 절차가 끝나면 바로 착공할 계획이다. 모든 약속을 되돌릴 수도 없다. 거기에 따르면 모든 피해 보상을 책임져야 된다. 당장 영주에는 투자를 할 산업단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주에는 공장을 유치할 부지(산업단지)가 없다. 산단을 조성하려면 각종 인허가 절차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영주시는 41만평 규모의 베어링국가산단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 국가산단 조성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기업의 투자는 분·초를 따진다. 영주는 실 수요자 개발 방식 외에는 허가를 받기가 어렵다. 국토부가 승인한 경상북도내 일반산단 면적이 다 소진 됐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인들 '자중지란'

영주 도심 곳곳에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각종 SNS상에는 정치인들의 이름으로 된 '내 말 좀 들어보소'란 글과 사진·동영상 등이 도배되고 있다. 모두들 "나는 잘했고 너는 못했다"뿐이다.

이러다 보니 각자 도생길에 나섰다. 일부 도·시의원들은 1인 피켓 시위에 나서고 그 모습을 찍어 SNS상에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한편에서는 혼자하기 쑥스러우니 관계도 없던 사회단체장들까지 끌여 들여 성명서 채택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보여주기식 정치밖에 없다. 결국 시장과 도의원이 마이크 쟁탈전을 벌이는 낮 뜨거운 장면도 연출됐다.

이 장면은 SNS와 언론을 통해 생중계 됐다. 이들은 이것 마져도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져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동안 배일속에 가려져 있던 영주 정치판의 민낮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시민사회 "정치인에 대한 비난과 싸늘한 반응"

권서영(63) 영주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도·시의원은 지금껏 뭘 하다가 이제와서 우왕자왕하느냐. 시장과 도·시의원들이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각자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고 격분했다.

시민사회는 봉기라도 해야 할 판이지만 오히려 냉정하다. SNS상에는 정치인들의 대한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A씨는 "상주로 간 SK가 돌아오나. 선거운동 그만해라. 역겹다. 시장과 담당공무원, 시·도의원 모두 책임이다. 몰랐다는 건 직무유기다"며 "최소한의 대안이라도 마련하라. 유치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감독이 더 중요하다"고 일침을 놨다.

또 B씨는 "어처구니가 없다. 기업유치에 실패한 장본인들이 지역 사회·기관단체장까지 끌여들여 서로 내편 만들기하고 있다"라며 "무능과 불통의 책임은 없고 핑계거리만 찾고 있다. 한 사람은 상주 투자 못 막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불출마 한다고 했으니 모두 불출마 선언하라. 작금의 상황이 국회의원과 시장. 도·시의원들이 성명서나 작성할 만큼 한가한가"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C씨는 "길가에서 피켓 들고 1인시위 하지 마라. 사전 선거운동 한다고 손가락질 한다. 할려거든 인허가권, 환경권, 행정권이 있는 도청이나 중앙정부에 가서하라"며 "인구 10만 곧 붕괴되고 청렴도 5등급인 도시에 산다는 것이 부끄럽다. 자중들 하라"고 꼬집었다.

D씨는 "영주시·영주시의회 책임질 사람 책임지세요! 지금껏 어깨 힘주고 갑질이란 갑질 다 하더니 왜 조용합니까 .입이 있으면 말 좀 하세요"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