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약 3분의1만 처방했는데…심장 스캔하니 발병률 같았다

입력 2026-11-07 17: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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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동맥 칼슘 CT 기반 처방, 기존 위험도 계산법보다 권고 횟수 3분의 1 수준인데도 4년간 심혈관 사건 발생률 동일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고지혈증약 처방 횟수를 3분의 1로 줄여도 4년 뒤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률이 기존 방식과 똑같다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AI 생성 이미지)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고지혈증약 처방 횟수를 3분의 1로 줄여도 4년 뒤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률이 기존 방식과 똑같다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AI 생성 이미지)

고지혈증약 처방 횟수를 3분의 1로 줄여도 4년 뒤 심근경색·뇌졸중 발생률이 기존 방식과 똑같다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유럽심장학회(ESC)가 주최한 ESC Congress 2026 Hot Line 세션에서 발표된 CorCal Outcomes 시험 결과다. 관상동맥 내 칼슘 침착을 CT 스캔으로 직접 측정해 스타틴 복용 여부를 결정한 환자군은, 나이·콜레스테롤·혈압 등 전통적 위험 인자를 종합한 계산법(풀드 코호트 방정식·PCE)을 쓴 환자군보다 약을 처방받는 비율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4년 2개월 추적 기간 동안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은 두 군 모두 2.7%로 동일했다.

시험에는 평균 나이 64세, 여성 비율 51%인 환자 5,772명이 참여했다. 기존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이 없고 스타틴을 한 번도 복용한 적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했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두 군에 배정됐으며, 최종 복용 결정은 담당 의사가 내렸다.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띈 수치는 복약 순응도였다. CT 스캔 결과를 바탕으로 스타틴을 권고받은 환자의 순응도는 62%였다. PCE 방식으로 권고받은 환자(23%)의 약 2.7배다. 자신의 동맥에 칼슘이 쌓인 영상을 직접 확인한 환자들이 약을 훨씬 꾸준히 복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연구진은 두 군 사이에 순응도 차이가 왜 이렇게 크게 벌어졌는지는 이번 시험으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CT 스캔 방식의 우월성을 입증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위험비(hazard ratio)는 0.99로 두 군이 거의 같았지만, 95% 신뢰구간은 0.71~1.38로 사전에 설정한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시험 책임자인 Muhlestein 박사는 "예상보다 낮은 심혈관 사건 발생률로 차이를 검출할 통계적 검정력이 부족했고, 두 군의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다. 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혈관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약으로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정작 누가 복용해야 하는지를 가려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Muhlestein 박사는 "너무 많은 환자에게 심혈관 질환의 첫 증상이 심근경색"이라며, 특히 젊은 성인 중 기존 위험도 평가에서 스타틴이 필요하다고 분류되지 않았던 사람이 첫 심근경색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험에는 통계적 한계가 있다. 예상보다 심혈관 사건이 적게 발생해 두 방식의 차이를 판별할 검정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또 당뇨병 환씨 기존 심혈관 질환자는 처음부터 시험 대상에서 제외돼, 결과를 더 넓은 환자군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Muhlestein 박사는 "이번 데이터는 CAC 점수에 기반한 결정이 스타틴 시작과 복약 지속에 미치는 효율성에 대해 중요한 가설 생성 근거를 제공한다"며 "향후 CAC와 현행 위험 인자 기반 알고리즘을 비교하는, 충분한 통계력을 갖춘 무작위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