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중국 추격·수주 편중 3중고…OECD·외신 잇따라 경고
국내 조선 빅3의 수주잔고가 200조 원을 넘어섰지만, 정작 일손은 호황기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총 수주잔고는 약 1454억 달러(약 200조 원)에 달한다. 2026년 상반기 평균 가동률은 HD현대중공업 100.7%, 삼성중공업 100.2%, 한화오션 100.0%로 세 곳 모두 한계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전체 조선업 종사자 수는 약 9만 명 수준으로, 과거 호황기 시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국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4일(현지시간) 한국 조선업의 호황이 더 깊은 딜레마를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형적 수주 잔치 뒤에 구조적 모순이 쌓이고 있다는 경고다.
한국 조선업은 저임금 이주 노동자 의존도가 높고 산업재해 발생률도 심각한 수준으로, 조선업은 매년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 국내 최대 위험 산업 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월 220만 원 수준의 외국인 노동자를 조선소에 투입할 경우 국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산업의 장기 발전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난 외에 중국의 추격도 가파르다. 경남대학교 사회학과의 한 교수는 "컨테이너선은 이미 중국으로 많이 넘어갔고,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여겨졌던 LNG선 분야도 중국이 점점 잠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6년 1월부터 7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수주 점유율은 한국과 중국이 각각 50%씩 양분했다.
OECD도 같은 우려를 공식 보고서에 담았다. OECD의 '2026 한국 조선산업 동료평가' 보고서는 특정 선종 및 시장에 대한 편중, 즉 수주 포트폴리오의 취약성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비교해 한국 조선산업의 원가 경쟁력 열세가 뚜렷해졌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와 철강(후판) 가격 등 투입 원가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 조선산업이 대형 빅3가 나라 전체 선박 건조 능력의 90% 이상을 점유할 만큼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고, 중소형 조선사들은 과거 구조조정 여파를 겪은 후 R&D와 친환경·디지털 전환 여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중소 조선사들의 붕괴는 해양 기자재 공급망 및 부산·경남 지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연쇄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시장을 둘러싼 기대도 낙관만 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높은 인건비와 숙련 인력 부족, 근로 문화 차이 등으로 생산성 리스크가 상존하며, 군함 건조와 관련해서는 보안·라이선스 등 제도적 장벽도 여전히 남아 있다. NH투자증권의 한 연구원은 "미국 함정 건조와 같은 특수선 시장은 단기간 실적에 반영되기보다는 협력 구조와 운영 효율이 자리 잡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2026년은 실적 확대보다는 기반을 점검하는 구간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도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6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LNG 운반선 수주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LNG 수출 터미널의 인허가 절차가 강화되면 신규 프로젝트와 선박 발주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9월 말 기준 2032년 가동을 목표로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LNG 프로젝트는 연간 4억7800만t 규모이며, 이 가운데 미국 프로젝트가 2억5500만t으로 전체의 53.2%를 차지한다. 국내 조선사들의 LNG 운반선 수주 파이프라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우려는 LNG 운반선 수주 환경의 악화"라고 짚었다. 그는 "조선사들이 적정 수주잔고를 확보하기 위해 신조선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선가 약세 우려가 중간선거 이후 국내 조선주 주가 조정을 불러온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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