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줄었는데 명품 유모차는 불티…한국 키즈시장 역설

입력 2026-11-07 17: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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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반등·골든키즈 현상 맞물려 스토케·부가부 등 고가 브랜드 한국 매출 급증

한국의 저출산 심화 속에서 아이 하나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 경향이 나타나며 유아용품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한국의 저출산 심화 속에서 아이 하나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 경향이 나타나며 유아용품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아이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아이 용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간) 한국의 저출산 속 프리미엄 육아용품 소비 급증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블룸버그가 주목한 핵심은 한국의 저출산율이 오히려 41억 달러(약 5조7000억원) 규모의 유아용품 소매 호황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는 10살 딸을 혼자 키우는 한 한국 여성 사업가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아이가 하나뿐이라 '이 아이가 다섯 살인 마지막 해'라고 생각하면 망설이다가도 결국 사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조부모는 물론 삼촌, 이모까지 선물을 많이 산다"고도 했다. 이른바 '골든 키즈' 현상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온 가족의 자원이 한 아이에게 집중되는 구조로,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와 친척들까지 지갑을 열고 있다.

출산율 수치만 보면 소비 호황은 역설처럼 보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4년 만에 반등했고, 출생아 수도 25만4500명으로 전년보다 6.8%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6년 들어서도 1분기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14.8% 늘며 역대 최고 증가 속도를 기록했다.

반등한 출산율에 골든 키즈 소비 심리가 더해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한국 실적이 뛰었다. 노르웨이 브랜드 스토케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 매출이 연평균 20.4% 증가했고, 2026년 상반기 한국은 스토케의 전 세계 시장 중 매출 3위에 올랐다. 부가부는 아시아 매출 1위 시장이 한국이며, 2023년에도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스토케와 부가부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는 서울 부유층 가정의 기본 선택지로 자리 잡았으며, 주요 모델 가격은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백화점 플래그십 매장에는 베이비 디올 부티크가 입점했고, 버버리는 약 145만원짜리 아동용 트렌치코트를 판매한다.

유아복 시장도 마찬가지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의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은 5년간 연평균 5% 이상 성장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백화점 업계는 이 흐름을 빠르게 포착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신생아 장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3%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국 13개 전 점포에서 백화점 최초로 '유모차 페어'를 열었다.

가격 부담도 함께 커졌다. 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유모차 가격이 6.2% 올랐고, 이유식(11.1%)과 산후조리원 이용료(3.6%) 등 주요 육아 물가가 전체 물가상승률(2.1%)을 크게 웃돌았다. 출산율 반등 속에서도 출생아가 중산층·부유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프리미엄 소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대응으로 지급하는 각종 지원금이 고가 육아용품 구입의 망설임을 줄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첫째 아이 출산이 전체 출생의 63%를 넘어서는 가운데, 첫 아이 탄생은 유모차·카시트·침대 등 고단가 제품 구매를 한꺼번에 촉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