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국립대 국제 공동연구팀, 보통문어 실험서 단계별 전략 첫 규명
문어가 자기 눈 사이 간격보다 좁은 구멍도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처음 확인됐다. 구멍 크기에 따라 팔과 몸을 움직이는 순서를 달리하는 단계별 전략을 쓴다는 내용이 국제학술지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26년 11월호에 실렸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연구진 Wenci Xin을 포함해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의 Michael Kuba, 오스트리아 Haus des Meeres-Aqua Terra Zoo의 Tamar Gunit·Daniel Abed-Navandi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어린 보통문어(Octopus vulgaris)와 마야문어(Octopus maya)에게 크기가 다른 구멍을 통과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투명 아크릴 벽에 크기가 다른 구멍을 내고 아성체 보통문어 3마리가 빠져나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먼저 문어의 눈 사이 거리를 쟀다. 이 수치는 15~35mm로, 중추신경계를 감싸는 단단한 연골 외피의 크기를 가늠하는 지표다. 기존에는 이 연골 외피가 문어가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의 최소 크기를 결정한다고 여겨졌다.
실험 결과, 보통문어는 구멍 크기에 따라 두 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비교적 넓은 구멍에서는 3단계 방식을 썼다. 팔 하나를 먼저 구멍에 넣고, 이어 나머지 팔 여러 개를 통과시킨 뒤, 이미 구멍을 넘어간 팔로 칸막이를 밀어 머리와 외투막을 끌어당기는 순서였다.
구멍이 더 좁을 때는 한 단계가 추가됐다. 남은 팔을 모두 먼저 통과시킨 뒤, 머리와 외투막을 따로 밀어 넣는 4단계 전략으로 전환했다. 머리와 외투막을 통과시키는 과정이 특히 까다로운 이유는 그 안에 심장 3개, 소화계, 식도를 도넛 모양으로 감싼 중추 뇌 등 핵심 장기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영상에는 문어가 근육을 써서 외투막을 능동적으로 변형하며 구멍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담겼다.
"전략이 바뀌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첨단로봇공학센터 연구진은 밝혔다. "문어는 물이 틈새를 흐르듯 몸 형태를 바꿔 작은 구멍을 통과할 수 있어, 몸집이 항상 이동 범위를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마야문어는 달랐다. 좁은 구멍 앞에서는 시도 자체를 포기하고 더 넓은 구멍을 택했다. 연구팀은 두 종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실험에서, 문어 종에 따라 좁은 공간을 헤쳐나가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행동이 동물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지, 통과 가능한 최소 구멍 크기를 무엇이 결정하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재난 현장 잔해 탐색이나 심해 탐사용 소프트 로봇 설계에 적용하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수색·구조 로봇은 좁은 공간을 통과하기 위해 뱀처럼 가느다란 몸체로 만들어지는데, 이 구조는 탑재할 수 있는 센서와 조작 장치의 수를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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