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책] 재밌어서 밤새 읽는 의학사 이야기

입력 2026-11-05 11: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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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지음 / 더숲 펴냄

예병일 지음 / 더숲 펴냄
예병일 지음 / 더숲 펴냄

마취를 해 신체의 일부를 절개하고 수술을 시행한 지 불과 200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세상을 호령하던 영국 여왕쯤 돼야 마취한 채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때가 1853년이다.

두통 때문에 의사를 찾아도 요즘의 눈으로 보면 의술이라 부르기 민망한 조치와 처방이 횡행했다. 소위 당대의 의사들은 환자에게 구토를 유도하거나 사혈을 시행하는 데 당당하기까지 했다. 주문을 외워 몸의 기운을 바꾸겠다는 주술적 시도도 통용됐던 야만의 시대였으니 말이다.

'술기'는 고사하고 '사기'에 가까웠던 의료 행위가 거침없이 이뤄지던 시절부터 나름의 의학적 접근이 이뤄졌던 기원전의 시술까지 망라한 의학사가 한 권의 책으로 읽기 쉽게 정리돼 나왔다.

400쪽이 넘지만 지겨울 틈은 없다. 특히 긴 글 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알맞다. 책은 42편의 소제목으로 나뉜 이야기들로 구성됐다. 기원전 1만 년 이전 고대인들이 두개골을 절단해 뇌수술을 했을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하며 합리적인 추론을 펼쳐가는 대목이나 의사들의 손 씻기가 산모들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던 이유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414쪽, 2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