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봉 소설가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날마다 하는 고민이다. 고민한다고 뭔가 획기적인 메뉴가 생각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민하지 않을 순 없다. 배고프니까. 요즘 너무 반찬가게 메뉴에 의존하는 것 같아서 한 가지는 해 먹기로 했다. 아내가 내게 '환상의 계란찜'을 주문했다.
이럴 땐 유튜브를 실행한다. '계란찜'이라고 검색하고 제일 조회수 높은 영상을 터치. '환상의 계란찜'이 뭐냐고 묻는다면 푸딩처럼 탱글탱글한 계란찜이다. 내가 만들고도 감탄한, 아내마저도 인정한 촉촉함이 핵심이다. 아무튼 그렇게 한 끼를 잘 먹었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먹는 일은 이제 우리 시대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다. 사람들은 유튜버들의 먹방을 몇 시간씩 지켜보고, 요리사들의 대결에 열광하고, 맛있는 음식을 좇아 다른 도시의 축제까지 찾아간다. 떡볶이 축제, 김밥 축제, 라면 축제, 만두 축제 같은 먹거리 축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린 왜 이토록 먹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는 걸까.
먹는다는 것은 바깥 세계를 내 몸 안으로 들이는 일이다. 햇볕을 받고 자란 쌀,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선이 입을 거쳐 내 살과 피가 된다. 보고 듣는 건 내 몸 밖 세상을 경험하는 일이지만, 먹는 건 세상을 직접 받아들여 나의 일부로 만드는 일이다. 맛은 저장할 수도, 미리 당겨 쓸 수도 없어서 먹는 동안 우리는 오직 '지금 여기'에 집중한다.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내가 이 세계와 이어져 있다는, 살아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사고를 당한 아이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부부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끝내 아이를 잃은 부부에게 동네 빵집 주인은 갓 구운 빵을 내밀며, 이럴 때 뭘 좀 먹는 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부부는 빵 냄새를 맡고, 먹을 수 있는 만큼 먹는다. 그리고 세 사람은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우린 상상할 수 있다. 멈춰 있던 그들의 삶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요즘 사람들이 먹는 일에 끌리는 것도 어쩌면 이런 힘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일들이 화면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에서, 먹는 일은 온몸으로 직접 겪는 행복이며 위로다. 집도, 일자리도, 노후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맛있는 한 끼는 오늘 바로 손에 쥘 수 있는 확실한 기쁨이다. 먹방과 요리 프로그램, 음식 축제는 그 기쁨을 여럿이 함께 확인하는 자리다.
결국 먹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불안을 이겨내고 어떻게든 나아가려는 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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